오디오 입문

창고 속 턴테이블을 꺼내자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2.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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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안성준(39)씨는 지난해부터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재미에 쏙 빠져있다. LP플레이어(턴테이블)가 돌아가는 모습과 불빛이 주는 묘한 마력 뿐 아니라 아날로그 특유의 투박하지만 분위기 있는 소리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카오디오 마니아로 활동했던 안씨는 요즘엔 어엿한 HI-FI 마니아로 변신에 성공했다.
안씨도 처음에는 LP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본가를 방문했을 때 장식장 속에 갇혀있던 LP플레이어가 생각나 명절 때 아버지 허락을 받고 가져왔다. 안씨는 "처음에는 소리가 날까 싶었지만 의외로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세팅방법 대로 몇 가지를 조정하자 소리가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성준씨가 사용중인 국내 삼성전자의 소노라마 턴테이블. 생산된 지 20년도 넘은 모델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잘 작동된다.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50)씨도 처녀때 사놓았던 LP 100여장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판 한장 한장에 소중한 추억과 젊은 시절 향수가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 김씨는 기회가 되면 턴테이블을 다시 장만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 창고 속 LP턴테이블 다시 보자
지난 주 취재 당시 만났던 김수훈 뉴욕생명 부지점장도 집에 있던 전축에서 턴테이블만 별도로 떼어내 잘 사용하고 있는 케이스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창고 속의 LP플레이어를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단 턴테이블을 사용하려면 앰프에 턴테이블을 입력할 수 있는 단자가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 앰프는 HI-FI 시스템의 중심점에 위치한 기기로 LP나 CD, FM방송 신호를 보내주는 튜너 등 소스기기의 신호를 받아 스피커에서 소리가 날 수 있을 정도로 음을 증폭해주는 기계다. 앰프에 대한 자세한 기능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일단 앰프의 셀렉터 단자에 CDㆍDVDㆍLDㆍLINEㆍAUXㆍTNNER 등의 소스 외에 PHONO라는 단자가 있으면 그 앰프는 LP플레이어를 작동할 수 있는 포노앰프가 앰프에 내장돼 직접 연결된 경우다. 이 경우에는 턴테이블에 함께 있는 빨간색과 흰색 그리고 접지단자(어스)를 앰프 뒷면에 포노라고 쓰인 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이때 포노의 옆에는 접지선을 연결할 수 있는 어스단에 접지단자를 연결해야 한다.

앰프의 포노단이 있는 셀렉터. 포노(phono)로 선택하면 되고, 앰프 뒷면에 턴테이블에서 나온 RCA(언발란스)단자를 포노에 꽂으면 된다.

다음 단계로 턴테이블을 놓을 때는 진동을 피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턴테이블 밑에 오석 등 돌판을 받쳐놓는 경우도 이같은 진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아날로그로 특화된 오디오점을 경영하는 최상균 카잘스오디오(www.casals.co.kr) 대표는 "턴테이블 근처에서 발을 동동 굴러서 스피커로 울리는 음이 전달되지 않으면 잘 세팅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평이 잘 맞춰진 턴테이블 모습

또 턴테이블의 수평을 정확히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턴테이블은 동그란 모양의 플래터(platter)가 일정한 속도로 돌아갈 때 그 위에 곡선 또는 직선형으로 장착된 톤암(Tonearm) 끝에 장착된 카트리지 끝의 바늘이 플래터 위에 놓인 LP 위에 파놓은 골(groove)을 따라서 소리를 읽어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플래터의 수평이 정확히 맞춰져야 정확하게 소리를 읽어낸다.

잘 세팅된 턴테이블을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 적정 침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
턴테이블 톤암 끝에는 헤드셀(Headshell)이라고 카트리지(phono catridge)를 장착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여기에 카트리지를 장착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톤암의 가장 뒷쪽 끝에 있는 무게추(counter weight)를 좌우로 돌려서 암이 플래터와 정착하게 수평이 되도록 한다. 그 다음으로 무게추가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0으로 맞추고 헤드셀에 장착된 카트리지에서 권유한 적정 침압(보통 1.5~2.5g) 사이로 무게 추만을 돌려서 침압을 맞추면 된다.

헤드셀에 장착된 카트리지의 모습. 이 모델은 MC형으로 바늘 교체가 불가능하지만 보급형 턴테이블은 대부분 MM형으로 바늘부분만 교체가 가능하다.

카트리지 뒷쪽에 네가지 색깔의 선을 카트리지 단자에 연결한다. 바늘이 읽어내는 소리를 전달하는 통로라고 보면 된다.

포노케이블을 색깔별로(빨간색은 R, 하얀색 또는 검정색은 L로 각각 좌우를 뜻함) 꽂는다. 단자 가운데 보이는 것이 접지단이다. 나사를 돌려 접지케이블을 함께 연결해야 험 소리를 없앨 수 있다.

암대의 수평을 맞춘 모습. 보이는 숫자가 달린 무게를 추를 좌우로 돌려 암대가 옆에서 봤을 때 정확하게 수평이 되면 그때 무게추를 움직이지 않게 앞쪽 숫자부분만 만져 0으로 맞춘다. 이후 바늘의 무게에 따라 20내외로 무게추 뒷쪽을 잡고 움직이면 조정이 끝난다.

최종적으로 세팅이 끝난 텐테이블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톤암 뒷쪽 왼쪽에 있는 실에 묶인 추는 안티스케이팅 장치다. 보급형은 톤암 오른쪽에 숫자가 있는데 이 숫자를 무게추에 맞췄던 침압과 같이 맞춰주면 안티스케이팅도 해결된다.

턴테이블은 진동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진동방지를 위한 인슐레이터가 장착된 모습. 아마추어는 인슐레이터까지 설치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턴테이블 옆에 소형 원판으로 된 숫자를 침압의 무게와 일치시켜 안티 스케이팅을 실시한다. 안티 스케이팅은 플래터에 바늘을 올려놓았을 때 갑자기 원판의 안쪽으로 톤암이 흘러가는 것을 막는 장치다.
끝으로 턴테이블 플래터의 회전수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LP음반은 대부분은 33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1분 동안에 플래터가 33과 3분의 1 회전한다는 것을 뜻한다. 판위의 한 글자를 보고 1분동안 시계로 재봐서 대략 일치하면 회전수가 맞는 것이다. 어떤 턴테이블에는 회전수를 보여주는 불빛이 있어 불빛이 서있는 것으로 보이면 정확하게 회전수가 맞는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
■ 카트리지 교환
앞에서 말한 순서로 실행했다면 당신은 턴테이블로 훌륭한 아날로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 때부터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경우가 바늘(카트리지)이 부러진 경우. 이 때는 바늘이 소리골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또 개미소리처럼 작게 들린다면 앰프 안에 LP소리를 증폭하는 포노앰프가 없는 경우다. 이때는 별도로 포노앰프를 장착해야 한다. 만약 포노로 셀렉터를 옮겼는데 '부~웅'하는 잡음이 들린다면 접지에 실패한 경우. 어스단을 확인하면 된다.

서울남전자에서 판매중인 보급형 바늘. 카트리지에서 바늘부분만 교체가 가능한 모델을 MM형이라고 부른다.

서울남전자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윤재구 사장. 장식장에 보이는 것은 초저가부터 초고가까지 카트리지들이다. 수백종도 넘는다. 윤사장은 고객들이 턴테이블 세팅에 자신이 없으면 가게로 직접 들고오면 직접 점검해주겠다고 제안했다.(2266-2095).

만약 자신이 없다면 턴테이블을 준비하고 제작 메이커의 AS(사후서비스) 요원의 방문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인켈이나 삼성 등 1970~80년대 LP플레이어를 보급했던 메이커들은 아직도 AS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소리가 제대로 안 난다면 바늘을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교체용 바늘을 보유한 곳은 청계천에 위치한 서울남전자(www.phono-audio.com). 이곳에 문의해 제품이 있는 지 확인해보면 된다. 윤재구 서울남전자 사장은 "20년 동안 카트리지와 턴테이블 분야로 전문화되다 보니 요즘에도 희귀한 바늘이나 카트리지를 구하려고 지방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자신이 없다면 턴테이블 수리점으로 직접 들고 가는 것도 방법. 서울남전자에서는 간단한 체크가 가능하다. 진공관오디오전문회사인 비지니스코리아 정진수 사장(401-1881)도 고장난 턴테이블 고치는데 일가견이 있다. 용산에서는 바오로전자(719-7413)가 턴테이블 수리를 잘한다고 마니아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경우다.
■ 요즘 잘 나가는 턴테이블
일반인들이 생각하면서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요즘에도 턴테이블이 생산되나?'하는 것이다. 정답은 요즘에도 생산될 뿐 아니라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세대 제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실제로 전통적인 턴테이블의 명가인 스위스 토렌스(Thorens)나 독일의 EMT는 여전히 턴테이블을 생산하지만 독일의 듀알(Dual), 일본의 마이크로세이키(Microseiki) 등은 턴테이블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요즘에도 생산되는 최고급 턴테이블의 모습들. 용산 전자랜드 2층 에어로에 전시된 하이엔드 턴테이블들

하지만 중저가 보급형 HI-FI 업체 뿐 아니라 하이엔드(초고가형 제품) 생산업체 들은 수십만원부터 심지어 수억원대에 달하는 턴테이블을 새로 생산하고 있다. 해마다 CES(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오디오쇼의 최근 추세는 신형 턴테이블들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 턴테이블 중에서 요즘들어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제품은 스위스 프로젝트가 내놓은 데뷰3와 RPM9 등 중저가 라인이다. 김형진 서울전자 사장은 "과거 턴테이블을 사용했던 40대 뿐 아니라 20~30대에서 저가형 턴테이블을 찾으면서 세팅이 쉽고 사용이 간편하면서도 디자인이 심플한 프로젝트를 많이 찾다보니 시장점유율이 50%도 넘는다"고 말했다.

포노관련 용품으로 특화된 용산 전자랜드 2층 서울전자 전경.

클리어오디오와 전통적인 강호 토렌스ㆍ데논ㆍ마란츠 등에서도 LP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으며, VPI와 솔리드우드 등도 신흥 명문가로 부상 중이다. 영국 레가사의 턴테이블도 해외 유수의 잡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국내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 온라인과 중고거래도 좋은 방법
온라인에서도 턴테이블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오디오매니아(www.audiomania.com)를 비롯해 오디오123(www.audio123.co.kr) 등이 턴테이블 판매에 주력하는 사이트다. 이밖에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 , 강남과 전국의 오디오매장을 연결한 하이파이플라자(www.hifiplaza.co.kr)에서도 턴테이블 정보를 검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중고 턴테이블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들어 원화 약세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수입되는 제품가격이 30~50% 급등함에 따라 신제품이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하이파이 매장들이 보유한 중고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종준 반월음향(전자랜드 본관 219호) 사장은 "턴테이블은 과거에도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 많이 생산됐고, 이들 중고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중고 턴테이블 거래도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랜드 2층에 위치한 반월음향에서 판매하고 있는 중고 턴테이블. 토렌스 520(왼쪽)과 가라드 301모델.

이 밖에 지난 번에 소개한 하이파이클럽(www.hificlub.co.kr)과 와싸다닷컴(www.wassada.com), 실용오디오(www.enjoyaudio.com), 소리전자(www.soriaudio.com) 등도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장터다. 저가형 실용 기기는 실용오디오와 소리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와싸다닷컴은 가장 많은 물량이 거래되는 곳이다. 하이파이클럽은 고가기기 거래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덴마크 오토폰사의 최고급 SPU 골드 로얄 카트리지. 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이 카트리지만 고집하는 마니아가 많다.

*지난 회 LP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반응이 뜨거워 턴테이블 세팅법을 이번 회에서 정리했습니다. 다음 회에는 독자들의 문의가 가장 많은 '하이파이 오디오 입문법'을 정리하고 뒤 하이파이 마니아를 위한 'LP로 CD 소리 따라잡기' 편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턴테이블에는 향수가 남아있다. '음악=아날로그'라는 믿음이 턴테이블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주위에서 수백장 모아놓은 LP음반을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후회하는 분들을 여럿 봤다. 기관장만 30년을 하고 지금은 은퇴하신 지인은 "CD플레이어가 나오면서 애지중지하던 음반을 모두 던져 버린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다시 턴테이블을 장만하고 음반을 하나둘 구하고 있지만 듣고 싶은 음반이 떠올라도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하신다.
턴테이블 마니아가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음질 개선에 대한 욕구도 한층 커지는 상황이다. 요즘 용산전자 상가를 다니다보면 의외로 새롭게 수입된 카트리지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꽃은 그래서 누가 뭐래도 턴테이블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향수 때문에 다시 집어든 LP소리는 십중팔구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상태로 세팅도 어려운데다 세월의 무게로 각종 부품들이 열화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턴테이블 소리는 관리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디오 수입업체인 백운교역의 한 관계자는 "턴테이블의 매출이 꾸준하게 늘어나면서 여러가지 턴테이블 용품의 판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턴테이블 음질개선 1호는 바늘
대다수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턴테이블은 사실 '빈티지'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게 사실이다. 우선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턴테이블 판매가 가장 왕성했다. 중고로 거래되는 이 당시의 제품들은 높은 음악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

나이먹은 턴테이블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명을 다한 카트리지(턴테이블 톤암에 연결돼 LP의 소리골을 읽어주는 장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트리지를 사용하다보면 보통 4~5년 이상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리샵(www.sorishop.com)에서 제시한 표준 사용시간은 400시간. 하루 1시간 듣는다면 1년 1개월만에 수명을 다한다는 얘기다.

◆ 가장 널리 쓰이는 MM방식 카트리지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턴테이블의 바늘은 MM(Moving Magnet)방식이라고 해서 바늘의 교체가 가능하다. 즉 카트리지의 몸체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아래쪽 바늘(stylus)뭉치를 앞으로 당기면 빠진다. 이 바늘만 교체를 해도 음질은 상당 부분 개선된다.

아예 MM형 가운데 음질 개선 효과가 있는 카트리지로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트리지는 바늘의 움직임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데 MM형은 바늘 끝에 붙은 다이아몬드에서 읽어낸 음성신호를 카트리지 속 자석을 통해 전달하게 된다. 미국 슈어(Shure)와 스탠톤(Stanton), 덴마크 오토폰(Ortofon), 일본의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 등이 대다수 마니아가 사용중인 MM 카트리지를 내놓고 있다.

윤재구 서울남전자 사장은 "MM형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최대 출력이 5mV로 높아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동 허리케인 박.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DJ들이 가장 많이 애용한 턴테이블 테크닉스 1200MK2 모델은 MM형으로 효과를 극대화한 케이스다. 팝이나 가요 등 일반적으로 중역대가 강조된 소리의 재생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일반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보니 여전히 마크5 버전까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 클래식 마니아라면 MC형도 고려해야
MM형과 다른 형태는 MC(Moving Coil)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바늘 끝에서 읽어낸 신호를 통해 소리를 만들때 자석 대신 코일이 사용된다. 턴테이블 세팅법을 자세히 소개한 실용오디오(www.enjoyaudio.com)에 보면 MM형과 MC형의 기술적인 차이가 자세히 설명돼 있으니 참고하시길.

MC형은 MM형에 비해서 최대출력이 매우 낮다. 카트리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0.2~0.5mV. 이는 MM형에 비해 10분의 1에서 20분의 1에 해당되는 수치다. 그 만큼 모기소리처럼 작게 들린다는 얘기다. 특히 기술적인 제약 때문에 MC형 카트리지는 바늘을 교환할 수 없다. 바늘을 부러뜨리면 카트리지 자체를 아예 버려야 한다. 리팁이라고 해서 수선을 해서 쓰기도 하지만 이미 처음 상태의 음질을 보장받기 어렵다.
가격도 비싸다. MM형은 수만원짜리 제품도 많이 있지만 MC형의 가장 입문에 해당하는 데논 DL-103모델 가격도 2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일부 제품은 수백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해상도가 뛰어나고 섬세한 고역에 풍성한 저역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마니아들은 비싼 가격에도 MC형을 선호한다.

MC바늘을 처음 개발해 특허를 보유했던 회사는 덴마크 오토폰사. SPU시리즈로 명성을 높인 오토폰은 2000년대 초반까지 MC 10 SUPER모델을 기본으로 MC 30 SUPER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을 갖췄고 최근에는 론도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MC형은 모기소리를 정상적인 소리로 증폭하는 트랜스를 사용해야 한다. 턴테이블에서 나온 포노케이블과 접지선을 사진에 보이는 트랜스에 연결하고 별도의 인터컨텍트 케이블을 사용해 앰프에 연결하면 비로소 제대로 된 MC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포노 카트리지에 따라 출력과 임피던스가 다르기 때문에 카트리지에 맞는 정확한 증폭비율을 갖춘 트랜스를 사용해야 한다. 트랜스 또는 MC형 포노앰프를 고를 때는 그래서 매칭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여건상 어렵다면 기존 사용자들로부터 최대한 정보를 습득하자.
다만 카트리지 생산 업체 중에는 데논이나 오토폰처럼 자사 제품에 맞춘 트랜스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 매칭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 고음질 고출력 MC도 뉴 트렌드
최근에는 고출력 MC도 인기 상한가다. 필자도 오토폰사에서 나온 20만원대의 고출력 MC 카트리지로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듣고 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음질이 좋은 LP와 동종의 CD를 비교할 때 해상도나 음장감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다.

고출력 MC는 코일을 사용한 MC형 방식이면서도 MM형에 버금가는 최대출력을 보이는 제품을 말한다. 실제로 바늘 교환이 안된다는 점에서도 MC가 분명하지만 최대출력은 2~5mV로 높은 편이다.
오토폰과 데논 등 전통적인 업체뿐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의 수미코(Sumiko), 벤츠마이크로(Benz Micro), 골드링(Goldring) 등 비교적 뒤늦게 카트리지 시장에 진입한 신생업체들이 중가형부터 고가형까지 고출력 MC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출력 MC는 MC카트리지에 버금가는 넓은 대역주파수와 높은 음악성을 갖췄으면서도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는 트랜스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인기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턴테이블 음질개선을 위한 악세사리들
턴테이블 음질을 개선하는데는 카트리지뿐 아니라 여러 액세서리들이 사용되고 있고 실제로 큰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필자가 사용하는 프로젝트 RPM9 모델의 경우 LP를 올려놓는 플래터가 아크릴로 돼 있다보니 다소 경질의 소리가 난다는 느낌이 있어 부드러운 섬유질 매트로 바꿔보니 소릿결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오래된 턴테이블은 인터커넥트 케이블(포노케이블)을 바꿔보자. 일반적으로 턴테이블에 부착된 기존 케이블은 동선 중에서도 저가형이 많다보니 케이블만 바꿔도 음질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회에서 소개한 비지니스코리아와 바오로전자 등에서 케이블 교환이 가능하다.
스테빌라이저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테빌라이저는 플래터 중심에 중력을 가해 주기 때문에 휘어진 음반을 평탄하게 펴주는 작용을 해 음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스테이빌라이저 무게가 너무 과할 경우 다이렉트 방식 등의 턴테이블에서 모터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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