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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미니 앰프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3. 3. 4.

AMP-11R 리뷰 (6moons)

 

 

바쿤의 AMP-11R이 미국 6moons의 편집장 Srajan Ebaen를 통해 리뷰되었고 최고의 제품에게만 주어지는 Blue Moon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본 리뷰를 통해 바쿤의 회사, SATRI 회로기술의 소개 및 AMP-11R의 특징과 음질평가 등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2010년 2월. 이탈리아 오디오 업계에 있는 마우리지오 ‘엘 젤라또’갈라티(Maurizio 'El Gelato' Galati)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그의 친구 쥴리오 살비오니(Giulio Salvioni)가 바쿤의 제품을 수입,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정보는 늘 내 첫 번째 관심사였기에 나는 익히 아키라 나가이의 그 비밀스러운 오디오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디오 포럼에서의 무수한 소문들이었을 뿐 영어로 된 정확한 리뷰 하나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내가 그때까지 알고 있는 대략의 정보는 이 정도였다. Baku(꿈을 상징하는 일본 신화의 상상속 동물)와 Un(행운)의 합성어로써 Bakoon은 행운의 꿈을 의미한다. 바쿤의 핵심 회로명인 SATRI는 ‘깨우침’을 의미하는 일본어 ‘satori’로부터 유래되었다. 바쿤은 일본의 구마모토를 기점으로 1991년 런칭되었으며 2009년에는 대한민국 서울에 본사를 두었다. 나는 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갈라티는 살비오니에게 바쿤에 대한 나의 지대한 관심을 전해주기로 약속했다.


정말 놀랍다. 이 앰프의 비범함은 제시된 스펙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10Hz에서 1Mhz까지의 대역, 50μV 미만의 노이즈 레벨을 유지하면서도 피드백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SATRI-LINK라 불리는 BNC 인풋이 바쿤 제품 사이의 시그널을 전류 전송을 한다. 순수한 전원부를 갖고 있는 이 묵직한 제품의 DC Offset은 1mV도 안 된다. 게다가 초광대역을 모두 소화하기에 단순히 DC 커플링 된 초고속회로라고 단정 짓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 짓지 말기를.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니까.


바쿤의 SATRI 회로는 전류를 사용해 독자 개발된 회로다. 단 두개의 저항비율로 게인 레벨을 결정하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이 회로는 피드백을 사용하지 않고도 직진성을 보장한다. 또한 S/N비가 어떤 게인 레벨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회로의 동작점이 고정되어 있어서 어떤 외부 요소도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 이 회로를 집약한 SATRI-IC는 1998년에 최초의 등장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모든 면에서 개선되어 왔다.

이 앰프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SATRI-IC는 14 x 30.5mm 사이즈로 ±3 에서 ±25의 전압으로 동작한다. 인풋 임피던스는 10옴이고 아웃풋 임피던스는 엄청나게 큰 100메가 옴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다! AMP-31은 심플함 이상의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갖고 있다. 헤드폰 출력 단자도 있을 뿐 아니라 멋진 리모콘까지 함께다. 포럼에서는 바쿤의 앰프가 삼극관 진공관 앰프 수준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했다. 이렇게 멋진 앰프를 드디어 일본 밖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점에서는 마치 47Lab이나 First Watt와 비슷한 행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다시 2012년 6월.2년 전 리뷰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에까지만 진행되었다. 하지만 나는 저 리뷰를 마무리 지을 기회를 운명처럼 다시 맞이했다. 어느 날, 스웨덴 클러츠 디자인(Klutz Design)의 마이클 홀센(Michael Hollesen)이 세련된 가죽 헤드폰 스탠드를 새로 개발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 헤드폰 스탠드를 보려고 웹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나는<our imports="Imports" hifi="Hifi">카테고리에서 Trenner and Friedl 스피커와 바쿤 인터내셔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전의 AMP-31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바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야 나는 AMP-31이 2011년 12월에 단종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거기에는 처음 보는 후속 모델이 있었다. 강력한 스펙과 콤팩트한 케이스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영어 리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간청’이란 것을 해보기로 했다. 마이클에게 영어 리뷰를 진행하기 위한 샘플기를 간곡히 부탁했던 것이다. 바쿤 앰프 최초의 영어 리뷰는 이렇게 시작 됐다.</our>

마이클은 바쿤 인터내셔널로 연락을 취했고 바쿤 인터내셔널의 채수인 대표는 최초로 진행되는 영어 리뷰에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새로운 앰프는 한 치의 빈틈도 없다. 동시에 매우 독창적이다. 바쿤 앰프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과 히스토리는 2년 전 리뷰에 이미 충분히 담았다. 이제는 AMP-31을 잊어야 할 때다. 그 앰프는 단종 됐으니까. 지금은 새롭고 더 멋진 전원부 분리형 AMP-11R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때다.


 

AMP-11R과 외장 파워 서플라이는 애플(Apple)의 제품처럼 통 알루미늄을 절삭가공하여 제조 됐다. 15와트라는 출력은 First Watt에 비해서는 부족한 듯 보이지만 20 dB의 충분한 게인은 이를 충분히 보상한다. 일반적인 RCA 입력단자와 바쿤만의 전용 SATRI-LINK로의 BNC입력단자를 갖추고 있다. 또한 최고 수준의 볼륨단이 장착 돼 있어 인티앰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압입력은 100kΩ, 전류입력은 3.68Ω의 인풋 임피던스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펙을 통해서 우리는 이 앰프의 성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전용 RCK-11 DUAL랙과 함께

AMP-11R은 카다스(Cardas) 스피커 단자와 고성능 헤드폰 앰프로 변신할 수 있는 헤드폰 소켓을 갖추고 있다. 소비전력은 무입력시 20 watts이고 최대 50 watts이다. 사이즈는 가로 195mm, 세로 195mm, 높이 40.5mm로 아담하고 무게도 6.4kg으로 부담 없다. 외양으로 보면 섬세하고 세련된 모습이 무척 여성적이다. 앰프 내부를 들여다보면 에어(Ayre)의 R시리즈와 같은 구조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볼륨단은 평행으로 설치 돼 있다.


바쿤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바쿤은 1991년부터 꾸준히 제품을 출시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21년 동안 이 브랜드가 오디오파일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바쿤의 책임자가 마케팅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쿤의 관심사는 마케팅 보다 기술개발에 있다. 그런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에 바쿤은 SATRI 회로를 탄생시켰고 BPM-7120SP로부터 최신의 EX 버젼까지 발전시켜 올 수 있었다.


검정색 AMP-11R

크렐의 C.A.S.T. 방식처럼 SATRI-LINK도 동일단자를 장착한 장비에서만 동작한다. 이 전류방식의 전송방식은 100미터의 거리라도 신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장비를 사용할 때는 뒤쪽의 스위치를 조작하여 전압입력으로 선택해 RCA 입력단을 활용할 수 있다.


[EQA-11 & AMP-11R과 Avantgarde Acoustic 스피커 조합]

SATRI 회로는 놀랍게도 슬루 레이트가 전혀 없다. 회로 창시자는 인풋과 아웃풋 사이에 딜레이 되는 시간이 전혀 없으며 시그널 손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 시간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공관과 네거티브 피드백을 거부한다. 바쿤 인터내셔널의 웹 사이트를 참조하면 회로 창시자의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할 것이다. 바쿤의 BPS-01 파워 서플라이 역시 매우 흥미로운 제품이다. 아포지(Apogee)의 Duet2나 린데만(Lindemann)의 USB DAC같은 장비들은 BPS-01을 통해 배터리 전원으로 구동된다. 새로운 모델인 BPS-02는 2012년 7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바쿤은 특별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 100와트 모노블럭 모델도 있지만 최근 모델들은 15와트부터 시작된다. DAC와 AMP-31에는 있던 리모콘은 사라졌다. 바쿤은 이미 검증된 SATRI 회로를 기반으로 한 음질 중심의 앰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마케팅은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지만 앰프는 더욱 훌륭해졌다. 바쿤의 앰프는 완벽하게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이런 수준의 완벽한 내부회로와 디자인을 동시에 이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쿤의 아키라 나가이 대표는 쟌덴(Zanden)의 카즈토시 야마다를 떠오르게 한다. 두 사람 모두 최상급의 소리와 시각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한다. 아키라 나가이의 이러한 완벽에 대한 추구는 바쿤의 로고와For Ears and Years라는 멋진 슬로건으로 표현된다.


단자의 표기는 하판에 위치하여 쉽게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이 앰프의 음악적 깊이를 느끼고 놀랄 때면 나가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슬쩍 웃곤 한다. 오랫동안 한 길만 걸어 온 장인의 닳고 닳은 구두의 뒤축을 우리는 이제야 보기 시작한 것이다. 20년이나 늦게. 하지만 영영 알아차리지 못한 거 보다야 얼마나 다행인가.


Antelope Audio Zodiac Gold DAC 와 Trenner & Friedl Pharoah 스피커를 사용한 Klutz Design의 시스템

스웨덴 클러츠 디자인(Klutz Design)의 디자이너들은 열혈 오디오 매니아들이다. 이들이 바쿤 제품의 스웨덴 판매권을 계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클러츠 디자인(Klutz Design)은 AMP-11R을 전용 미니어쳐 랙과 세트로만 판매한다. 이 세트는 디자인적인 면이나 음질적인 면으로 봤을 때 완벽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바쿤의 행보는 계속 이어진다. 얼마 후 클러츠 디자인(Klutz Design)의 마이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 보내드리는 앰프는 15와트로 업그레이드 된 신제품입니다. 새로운 파워 모듈과 함께 일본에서 제작된 최신 SATRI-IC가 내장돼 있습니다. 이 샘플기는 4월부터 사용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에이징 돼 있습니다.” 파워가 50%나 늘어났다는데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바쿤의 프로젝트에 대하여 마이클은 이렇게 설명한다. “바쿤 재팬은 SATRI 회로의 창시업체이며 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바쿤 인터내셔널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밀접한 합작회사로써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작을 공략합니다. 바쿤 재팬은 전매 IC를 공급하고 제품 개발은 협력하여 이루어지며 패키징과 디자인은 바쿤 인터내셔널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쿤 인터내셔널의 채수인은 이렇게 말한다. “SATRI 회로 자체는 똑같지만 전체적인 구조(작은 범위로는 다이오드에서부터 큰 범위로는 배터리 서플라이와 같은 파워 서플라이 디자인까지)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아마도 바쿤 인터내셔널의 제품이 일본 바쿤의 제품 보다 내, 외부 디자인에서 더 모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DAC도 개발 중인데 새로운 고출력 파워앰프와 함께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 모든 계획을 1년 안에 완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채수인은 SATRI 기술에 대한 질문을 일본의 개발자 나가이에게 전달했다.


각 채널당 EXICON 10N20과 10P20을 사용한다

아키라 나가이: “AMP-11R은 단 1개의 전압 게인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입력저항의 비율을 통해 SATRI-IC가 이것을 담당하며 전류 입출력 회로의 SATRI-IC로 오기 전 단계의 전압신호는 JFET 버퍼를 통해 전류로 변환되는 것이죠. 푸쉬풀 구성의 출력부는 클래스 AB로 동작하며 EXICON의 MOSFET을 사용합니다. 출력부에서도 역시 전압 게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SATRI-IC의 넓은 주파수 대역과 낮은 노이즈레벨은 완벽하게 유지가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야 입력신호로부터 출력신호까지 고성능을 보장해주는 것이죠.”
헤드폰 게인점퍼 - 기본은 미디엄*
[1+2 핀=하이, 2+3 핀=미디엄, 점퍼제거=로우]

* 버슨(Burson)의 DA-160 컨버터를 +6dB로 설정하고 AMP-11R의 헤드폰출력을 통해 하이파이 맨(Hifi Man)의 악명 높은 저능률 HE-6 헤드폰을 들어보니 내 귀가 견디지 못할 만큼 큰 출력을 들려줬다. 일반적인 2V 출력을 가진 소스기기라면 AMP-11R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헤드폰도 음량의 모자람 없이 구동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바쿤 인터내셔날의 채수인에게 물어보았다. “헤드폰 출력은 스피커 출력과 동일하게 MOSFET의 출력으로부터 나가게 됩니다. 출력의 임피던스는 고품질의 출력저항을 통해 설정하고 이 저항들은 내부에 배치된 점퍼를 통해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이 저항들은 각 33Ω(하이), 56Ω(미디엄), 89Ω(로우)로 3종류의 출력 임피던스를 가지며 헤드폰 출력의 게인 레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Ghd = Gsp x Hdz / (Hdz+R), Ghd = 헤드폰 게인레벨, Gsp = 스피커 게인레벨 (AMP-11R의 경우 최대 20dB), Hdz = 헤드폰 임피던스, R = 점퍼 설정 임피던스. 예를 들면, 하이게인 점퍼를 설정하고 50옴의 헤드폰을 구동한다면, 20dB x 50 / (50+33) = 최대 12.05dB로 계산됩니다. 최대 출력의 계산은 조금 복잡하므로 몇 가지의 하이게인 설정시 여러 다른 임피던스를 가진 헤드폰들의 예를 들면 각 다음과 같게 됩니다. 38Ω = 1.81 watts, 50Ω = 1.74 watts, 300Ω = 0.65 watts and 600Ω = 0.36 watts.”


스탠드 상판의 홈을 통해 결합되어 아이솔레이션을 제공한다

“AMP-11R의 외부 전원부는 상당량의 초크를 포함합니다. 이것을 통해 CLC 필터를 구성하고 AC의 사인웨이브인 50Hz 와 60Hz에서 기인하는 고조파 노이즈를 없애게 됩니다. 이 외부 전원부를 통해 물론 방열과 방진과 자기장의 제거등 추가적인 이점을 통해 앰프의 회로에 만에 하나라도 해를 끼지는 점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SATRI 회로의 주파수 대역은 그것을 구동하는 바이어스 전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전류신호는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회전율이 존재하지 않고 피드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호는 절대로 입력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시간의 오차를 완전히 없앨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점들이 SATRI 회로의 안정성과 퍼포먼스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AMP-11R의 설계 목표는 가장 간단한 시스템에서 가장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리모컨과 인풋 스위칭 회로의 제거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이득을 가져다 준 셈입니다.”


사용법은 매우 심플하며 3핀 케이블을 전원부와 앰프사이를 연결하고, 벽체의 전원을 전원부에 연결한다. 일반적인 RCA 단자를 통해 앰프와 소스를 연결하고 스피커 또는 헤드폰을 단자를 통해 연결한다. (헤드폰을 연결하면 스피커 출력은 차단된다) 그 후에 앰프 왼쪽의 스위치를 올려 (전원부는 항시 켜져 있다) 볼륨노브를 천천히 돌린다. 앰프와 전원부 로고부위에 위치한 작은 LED가 켜지면서 전용랙에 은은히 비친다. 이제 드디어 바쿤의 소리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결과는 어떨까?


 

베이컨과 바쿤. 바쿤 앰프는 베이컨도 충분히 구울 수 있을 만큼 뜨겁다. (파워 서플라이는 뜨겁지 않다) 불이 들어올 때만 가열되는 가스난로와 달리 AMP-11R은 가열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꺼진 후에도 열이 오랫동안 남아있다. 클래스 AB의 MOSFET이 케이스에 맞닿아 있고 열을 계속 발산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양의 클래스A 바이어스 전류를 콤팩트한 몸체에 담고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성능도 매우 뜨겁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용자라면 이러한 상태에 연연하지 않고 이 엄청난 회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이미 이 앰프가 지닌 최고의 성능을 내 헤드폰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우리 집 아래층에 있는 메인 시스템은 또 다른 리뷰를 위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마침 나의 메인 앰프인 First Watt SIT1 앰프가 또 다른 테스트를 위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그 자리에 AMP 11R을 놓을 수 있었다. 일반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Heart Song 랙 위에 AMP-11R을 세라믹 볼을 사용한 전용랙과 함께 세팅하였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속지 말라. 바쿤 앰프는 매우 진지한 하이파이 앰프다. 바쿤 인터내셔날은 자신들의 리스닝룸에서 Rockport Ankaa와 함께 이 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했다. 그 말은 이 앰프가 나의 Boenicke Audio B10 스피커를 울리자 곧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스피커는 양면에 10인치 우퍼가 장착 돼 있고 12cm의 슬림한 폭을 가지고 있는데 음압이 낮아 대출력 파워앰프를 필요로 한다. AMP-11R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Raal의 리본트위터와 오디오 컨설팅(Audio Consulting)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나의 Aries Cerat Gladius정도가 필요하다. 바쿤의 고역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바쿤의 앰프는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모든 트랜지스터 앰프들 중 최고의 고역재생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AMP-11R은 Boenicke의 무겁고 무지향성에 가까운 우퍼를 충분히 커버해서 깊고도 입체적인 스테이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특징으로 백그라운드에 위치한 연주자까지 포착할 수 있으며 넓은 대역을 들려줄 수 있게 된다. 극도로 적은 노이즈 레벨은 레코딩에 담긴 세밀한 소리까지 들려주어 리스닝 룸을 레코딩 스튜디오나 공연장으로 바꾸어버린다. 종합해보면 AMP-11R은 울트라 레졸루션을 지닌 앰프다. 이런저런 말 필요 없이 내 시스템에서 이 정도 레벨의 사운드를 가능하게 해줬던 앰프는 AMP-11R을 제외하고는 넬슨 패스의 SIT1 뿐이었다.


좌측 위부터 아래: Esoteric UX1/APL Hifi NWO-M with Audiophilleo 2 | Trafomatic 101D | Bent Audio Tap X
우측: 27" quad-core top-line iMac | Esoteric C-03 | Eximus DP1 | ModWright LS-100

SIT1의 특이한 기능은 2차 3차 하모닉 오더의 새로운 바이어스 조정법이라 할 수 있다. 바쿤은 좀 더 일반적인 기능으로 대체된다. 바로 볼륨 조정이다. AMP-11R의 앞단에 최상급의 프리앰프, Sasa Cokic의 SM101Dn 삼극관 프리앰프 같은 제품을 붙이고, 바쿤의 볼륨을 조정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볼륨랑에 따라 프리앰프의 성향과 앰프의 성향을 완벽하게 제어하여 들을 수 있게 된다. 말랑말랑한 소리의 삼극관 특유의 성향을 좋아한다면 진공관 프리앰프의 볼륨을 높이고, 앰프의 볼륨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바쿤 회로의 속도와 투명함은 엄청난 것이어서 동일수준 최상위급의 프리앰프가 아니라면 붙이지 말길 바란다. 그저그런 프리앰프를 연결했다가는 AMP-11R의 성능을 오히려 떨어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AMP-11R은 특정대역만을 듣기 좋게 만든 소리가 아니다. AMP-11R의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이라면 진공관 앰프의 유연함이다. 하지만 그런 유연함은 어떠한 트랜지스터 앰프도 가질 수 없다. 그 정도 수준의 유연함을 원한다면 위에 언급한 방법으로 프리 앰프를 추가하면 된다. 반드시 어마어마한 성능의 진공관 프리앰프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드 라이트(Mod Wright)는 그 정도 성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을 하나 더하자면 15와트라는 출력으로 한정된 저역의 크기이다 그래도 나는 저역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다. 일반 주택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오래된 벽의 두께와 옆집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나는 하이파이 생활을 통해 적당한 볼륨에서 최고의 소리를 추구해 왔다. (아마도 많은 오디오 파일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미니멀한 설계의 크로스오버, 높은 음압, 빠른 속도의 회로가 함께 구축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요소들은 하이파이 오디오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어쩐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오디오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만족시키기에는 꽤 어려워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바쿤은 이 모든 부분에 있어서 탁월하다. 이미 언급한대로 헤드폰 감상에 있어서도 역시 최고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SIT1처럼 최고 수준의 삼극관을 선호하는 오디오 파일이라면 이 회로가 지니는 즉각적인 전기적 응답특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두 회로간에는 구조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진공관이 여음을 살려 배음을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트랜지스터는 순간 응답특성에 보다 유리하다. D클래스 앰프는 저역대에서 댐핑이 너무 강하다. AMP-11R은 유연하다. 마치 에미슨 랩(Emission Lab)의 솔리드플레이트 45 진공관을 연상시키는 유려함을 지닌다. 뛰어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특징은 녹음이 진행됐던 공간에 존재하던 모든 미세음들을 낱낱이 잡아내고 AB클래스의 회로임에도 최고급 3극관이 지니는 특성에 필적할 만한 능력을 보여준다. 흐리멍텅하거나 애매한 음상 따위는 이 앰프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이즈 레벨은 최소 수준이다. 100dB의 Voxativ Ampeggio로 들을 때 조차 AMP-11R은 어떤 노이즈도 들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저음량으로 감상시 매우 훌륭한 만족감을 준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거실에서 홀로 음악을 듣는 당신에게 AMP-11R은 완벽한 당신만의 세상을 선사할 것이다.


 

다시 고음과 리본 트위터로 돌아가보자. AMP-11R의 사운드는 매우 투명해서 ‘틴티나뷸레이션(tintinnabulation)’에 매우 능하다. 틴티나뷸레이션은 ‘딸랑’하고 울리는 맑은 종소리를 의미한다. 금속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맑고 경쾌한 소리, 고음역대의 피아노 소리, 화음의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피리 소리, 가장 강하게 부는 짧은 팬플룻 소리 등의 다양한 고음들을 AMP-11R은 전혀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재생한다. 이러한 여유 있는 고역의 재생이 곧 고역의 위상변이를 막는 효과를 가져다주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현재 오디오 업계의 DAC나 앰프들의 기술적 수준은 한계점에 다달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스피커에는 이러한 혁명이 필요한 때이지만) 더 이상의 진보는 어렵다고 본다. 저출력의 제품군 중에서는 넬슨 패스(Nelson Pass)의 SIT1과 아키라 나가이(Akira Nagi)의 AMP-11R을 나는 앰프 기술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기술의 완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둘의 공통점은 수십 년간의 개량과 발전을 통해 ‘기술의 완성’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한계점을 인지하는 제작자의 ‘비전’, 회로와 부품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재능’,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1cm씩 올라갈 수 있는 ‘꾸준함’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쿤은 무척 밝다. 이 말을 많이들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고역이 강조됐다고 말이다. 절대 아니다! 나는 고역에 대한 표현으로 ‘밝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AMP-11R의 개방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대역에 걸쳐 완벽하게 열려있다. 진공관 애호가들이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나 역시 많은 진공관 앰프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진공관의 일루미네이션은 어두운 공간 그 안쪽에서 밝혀지는 불빛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AMP-11R은 그 어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이 밝아지는 것이 아니다. AMP-11R은 어떠한 것도 숨기지 않는 음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AMP-11R이 선사하는 그 ’모든 것‘을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


바쿤의 AMP-11R은 놀라운 발전의 결과물이다. 조나단 아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쿤 인터내셔날의 제품을 백만불짜리로 느낄지도 모른다. 최근 앰프들의 다양한 기능들에 비하면 별개의 전압과 전류 인풋, 헤드폰 단자, 외장 파워 서플라이, 볼륨 콘트롤, 미니랙, 정도를 갖춘 AMP-11R은 지극히 단순한 제품이다. 한정된 입력 단자를 갖고 있는데다 리모콘까지 없다. 출력도 작다. 하지만 충분한 게인을 갖추고 있다. 하이게인 모드에서는 하이파이맨(Hifi Man)의 HE-6를 포함해서 어떠한 헤드폰이라도 상대할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스피커와의 만남에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어떤 의미에서 AMP-11R은 최고가, 최상급 헤드폰 앰프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AMP-11R을 위해 헤드폰을 하나쯤 장만해 볼 차례다.


HifiMan HE-6 Entreq Konstantin 2012 케이블과 Klutz Design CansCan 헤드폰 스탠드

이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갖고 있는 앰프가 이처럼 정숙하기란 쉽지 않다. 광활한 주파수 대역에 걸쳐 그 어떤 흐릿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주파수가 교차하는 고역대에서조차 아무런 흐릿함이 없다. (고차 크로스오버 스피커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적어진다) 아주 정확하게 재생하고 그 어떤 컬러레이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구동이 극심하게 어려운 스피커라면 15와트라는 출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만만치 않은 구동력이 필요한 나의 스피커에서는 저역도 적당했다. AMP-11R의 성능은 정말 인상적이다. 만약에 트랜스 결합의 어테뉴에이터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던 오디오 매니아라면 AMP-11R을 구입목록 가장 상단에 위치시켜야 한다. 또한 최고의 3극관 앰프와 완벽하게 매칭되는 스피커를 구입했다면 이 경우 역시도 AMP-11R을 반드시 들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진공관 앰프와의 차이점이야 있지만 퍼스트 와트(First Watt)의 SIT1처럼 AMP-11R은 트랜지스터 앰프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레벨, 전류량, 주파수 대역의 단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MOSFET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이제 그 안경을 닦아야 할 때다. AMP-11R에는 미세한 안개조차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의 마지막 질문. 바쿤이 이토록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베이비 바쿤을 통해 높은 음압을 원하는 저능률 멀티웨이 스피커 사용자들에게까지 그 명성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 만약 이 정도 성능을 갖춘 100와트 출력의 앰프가 나온다면 오디오 업계라는 작은 연못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던지는 셈일 것이다. AMP-11R은 콤팩트한 사이즈로 관세의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이다. 현재 바쿤의 해외 유통이 활발하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쿤이 예전부터 고도의 기술력을 지녔음에도 지난 20년간 해외 시장에서 조용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제야 우리는 최적의 가격에 바쿤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내게 만약 실버 SIT1과 헤드폰 시스템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연락해서 AMP-11R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올해로 내가 이 분야에 종사한지 10년째다. 이제 나는 좋은 제품을 바로 알아본다. 그렇게 좋은 제품들을 많이 만났음에도 이번 ‘바쿤 사건’은 내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이제는 여러분이 그 충격을 경험할 차례다. 이제 서둘러 이 리뷰를 끝내야겠다. AMP-11R의 샘플기를 돌려보내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최소한의 사이즈에 최고의 음질을 담은’AMP-11R을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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