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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맞던 시절의 오디오(4) - 중가격대의 턴테이블 열전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3. 2. 28.

천리안-하이파이클럽 / 뮤직맨 / 최인규님 글 펌

http://www.hificlub.co.kr/web/board/brd_col_list.asp?table=brd_10027&cat_gb=&next=10&f_lid=100016&lid=100&cond=&s_text=


궁상맞던 시절의 오디오(4) - 중가격대의 레코드 플레이어 열전


AR-XA / AR-XB

파이오니아 PL-41

테크닉스 SL-1200/mk2/mk3

토렌스 TD-124

마이크로 세이키 BL-77

데논 DP-45F / 51F


들어가는 글

오늘 마침 제가 단원으로 있는 '한국남성합창단' 의 상임 지휘자님께서 자기가 쓰시던 LP Player의 바늘이 부러졌다고 적당한 놈을 하나 구해 달라는 전갈을 받고는 이곳 저곳 오디오샵을 수소문해 보니 정말 요즘 쓸만한 카트리지 구하기가 '태국에서 숫처녀 찾기' 보다 더 힘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턱없이 오른 가격도 가격이지만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서 중고나 나오면 구해야지 하고 포기한 후 막간을 이용하여 글을 써봅니다.

1980년대 초반 CD가 처음 선보이기 전까지의 음악소스는 주로 LP레코드와 테이프테크, 그리고 FM방송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저가에서 고가까지, 그리고 유럽제에서 일본제, 그리고 국산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턴테이블이 선보였고 카트리지도 선택할 여지가 참 많았습니다. 요즘은 아예 고가의 레코드 플레이어가 아니면 중가격대의 잘 만든 플레이어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서 적당한 수준에서 LP를 감상하려는 아나로그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 아나로그파들이야 지금도 기백만원을 넘어서 기 천만원대의 하이엔드 아나로그 기계들을 가볍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일반 애호가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사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던 제품의 쓸만한 중고를 선택하기가 요즘 무척이나 힘들다 는 점에서 오늘은 1970 - 1980년대에 유통된 중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중심으로 뮤직맨의 추억의 오디오시리즈를 읊어볼까 합니다.

1. 카라얀이 애용하던 AR

1960년대 중반 스피커메이커로 군림하던 미국의 AR사는 유명한 AR3(후에 3a로 버전업됨), AR2aX등의 명품 스피커와 함께 튼튼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AR 플레이어를 내놓았습니다. 
목제 캐비넷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 플레이어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미국 뉴욕에서 거주할 때 AR LST 스피커와 AR앰프와 함께 사용한 것으로 더 잘 알려진 아주 야무진 레코드 플레이어입니다. 비록 요즘 기준으로 보면 톤암의 성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모터 등은 아주 잘 만들어져 있어서 지금도 가끔 중고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 A급의 경우 15만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AR은 1975년경에 후속모델인 검은 팬널의 AR-XB를 내놓았으나 이 제품은 시장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미 이 때 시장은 테크닉스와 데논 등에서 나온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 시장을 휩쓸고 있었고 벨트 드라이브 시장은 여전히 토렌스가 꽉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9년 다시 AR 77XB로 버전업이 되었으나 불행히도 시장에서 곧 잊혀진 제품이 되었습니다. 다만 오랜 침묵 끝에 1980년대 중반에 다시 내놓은 AR의 새로운 레코드 플레이어인 AR ES-1 과 EB-1은 비교적 대접을 받았지만 크게 보급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중 AR ES-1 은 만듬새가 깔끔하고 성능도 좋아서 지금도 별 손색이 없는 제품입니다. 
(중고가 있으면 6-70만원정도 할겁니다)

2. 개천에서 용난 파이오니어 PL-41

파이오니어라면 주로 앰프메이커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그 어느 메이커보다도 많은 레코드 플레이어를 내놓은 회사입니다. 문제는 PL로 시작되는 파이오니어 모델 중 쓸만한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지요. 제 기억에 유일하게 기억 나는 모델이라면 역시 벨트 드라이브의 수동형인 PL-41입니다. 이건 워낙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아직도 까딱없는 제품들이 제법 많이 돌아 다니고 있는데 아주 A급은 15만원이면 삽니다. 
저도 애용하던 제품인데 작년인가 아는 후배가 가져 갔습니다. 이 제품의 문제는 암의 성능이 모터에 비해서는 별로라는 것인데 개조해서 SME암을 달면 잘 쓸 수 있습니다. 
구하기 힘든 벨트도 요즘은 애호가끼리 공동 주문제작하여 사용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일제지만 AR 구형 플레이어보다 못하지 않은 정말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에 PL-50이라는 반자동식도 있었는데 이건 전혀 인기가 없었습니다. 
PL-41은 특히 음악다방에서도 많이 사용하던 제품이고 미군 PX를 통해서 상당량이 국내에 반입되었습니다. 가지고 계신 분들은 골동품이 될 테니 잘 간수하시기 바랍니다.

3. 편의성과 조작성이 뛰어난 테크닉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턴테이블을 조사하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테크닉스의 SL-1200 시리즈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1970년대 선보인 SL-1200 은 빠른 스타트와 간편한 조작성, 그리고 미려한 디자인으로 중 가격대의 플레이어 시장에서 그때까지 똥 폼을 잡고 있던 독일의 Dual 을 완전히 밀어 내고 인기품목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 당시 웬만한 음악다방에는 마란츠나 산수이 또는 파이오니어의 앰프에 AR 또는 JBL스피커, 그리고 테크닉스 플레이어와 아카이 테이프 데크가 설치된 것이 거의 공식화 되다시피 했었습니다. 
이후 SL-1200은 MK2 로 버전업 된 후 다시 1989년 10월에 현재의 MK3가 출시되어 지금도 팔리고 있으며 방송용 장비로도 엄청난 양이 팔려나간 것으로 압니다. 오르토폰 등의 MC카트리지를 쓰면 험이 잘 유도 되는 등 다소 못 마땅한 점을 제외한다면 참으로 잘 만든 플레이어입니다. 요즘도 MK3는 중고로 35만원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론 테크닉스에서 만든 하이엔드급의 SP-10 시리즈가 있으나 오늘의 테크닉스가 있게 된 원동력이 SL-1200 시리즈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중고시장에 가끔 SL-1300, 1360, 1500, 1600 등이 눈에 띄는데 거의 컨셉트가 SL-1200과 유사합니다. (이중 1360은 체인져 모델입니다 - 여러 장을 동시에 올려 놓으면 한 장씩 내려가면서 순차적으로 플레이 되는데 귀한 원판을 이렇게 틀면 아마 몇 번 안틀고 아작이 날 겁니다)

4. 전통의 토렌스

1928년에 최초로 유성기를 생산한 이 회사는 1957년 그 유명한 TD-124의 출시를 계기로 민수용 레코드 플레이어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그 후 많은 모델을 출시했지만 제 생각에는 TD-124MK2와TD-126, TD-520그리고 TD-127정도가 특히 뛰어난 제품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기함격인 Prestige는 체급이 다르니까 아예 논외로 하고요..) 
TD-125는 별로 정이 안가게 생겼고 인기도 적습니다. 그리고 암을 둘 달 수 있는 TD-226은 출시 때는 520보다 비쌌는데 의외로 지금은 인기가 없고 값도 더 쌉니다. 
최근에 나오는 TD-320이나 TD-166은 만듬새나 성능면에서 올드 모델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며 이런 현상은 중고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토렌스의 TP-90암을 단 TD-320중고는 40만원정도이지만 비슷한 암을 단 TD-126은 중고가가 60만원정도 하니까요)

TD-126은 MK3까지 버전이 올라가고 그 후 센테니얼 버전이 한정판매 되었는데 이것이 제가 가장 구하고 싶은 모델이랍니다. (SME 3010R을 부착한 모델로요)

5. 일본의 자존심 마이크로 세이키

SX-8000이라는 획기적인 고가 플레이어를 개발하여 저력을 보인 마이크로 세이키의 가장 대중적인 제품은 뭐니뭐니해도 BL-77일겁니다. 이 모델은 가정용으로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고 특히 암의 성능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모델입니다. 
정교하게 잘 만든 제품인 이 모델은 특히 관성 모멘트가 아주 큰, 무려 3.6Kg짜리 플래터를 채용하여 날렵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14Kg이나 나가는 실력파입니다. 
(대단히 무거운 플래터를 얹었다고 하는 롯데의 LP-1000시리즈가 2.2-2.3Kg정도인 것에 비하면 대단히 무겁습니다)

이 제품은 지금도 40-50만원정도에 거래 되는데 좋은 상태의 제품은 없어서 못 팝니다. 이 모델의 상위 기종인 BL-101이나 111은 요즘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 있다면 특히 BL-111의 경우 100만원 이상을 호가할 겁니다.(암 없이 일본정가가 무려 27만엔짜리입니다) 저는 이 기계를 두 번이나 사용하다가 지금은 방송국에 다니는 제 친구에게 양도했는데 언제라도 맘이 내키면 다시 집어 올 예정입니다(^.^).

6. 일세를 풍미햇던 일본의 데논(일본 콜럼비아)

테크닉스와 함께 우리나라의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또 인기가 있었던 모델이라면 역시 데논(DENON)의 제품일 겁니다. 
그 중 DP-45F는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아직도 세운상가 등지에 가면 오됴집마다 한 대씩은 있는 것 같네요. DP-51F도 많이 팔린 기종인데 성능은 거기서 거깁니다. 
이 기종들의 문제라면 견고하게 생긴 것에 비해서는 이외로 하울링에 매우 약하다는 점인데 이점을 제외하면 아직도 쓸만한 제품입니다. 중고시장에서 3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상태를 잘 보고 사셔야 합니다. (B품들이 워낙 많아서요...)

제 개인 취향으로는 DP-75M이 마음에 드는데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 몇 대 반입되지 않아서 지금 구하기가 '몽고에서 엉덩이에 몽고반점 없는 아이 찾기' 만큼이나 어려워서 매우 아쉽습니다. 무게가 무려 24Kg에 톤암 파이프를 스트레이트형과 S자형 등 두 가지로 갈아 끼워서 쓸 수 있는 모델이었는데 1985년 당시 100만원정도 했으므로 토렌스의 126MK3에 SMR3010R을 끼운 것과 비슷한 가격이었습니다. 지금 굴러 다닌다면 대충 7-80만원정도 하는 게 정상이라고 보므로 일제치고는 고가의 제품이었지만 더논의 제품들은 거의 중저가 위주로 유통이 되었습니다....

물론 데논에서도 DP-100M과 같은 무게 48Kg이 넘는 엄청나게 고가의 턴테이블이 나온 바가 있었습니다만(1980년기준, 90만엔 정가) 중고급시장에서는 턴테이블 전문사인 마이크로에 비해서는 게임이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마이크로와는 달리 불과 몇 만엔 짜리 저가 제품들을 워낙 많이 팔아 제껴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마이크로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밖에 영국신사의 풍모를 보이는 명문의 LINN LP-12나 AXIS 등이 있겠으나 지면상 생략하기로 하고 (사실 전 LINN의 플레이어들을 개인취향상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린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다음호 연재를 기약합니다.

아이고 계속 2시간을 컴에 앉아서 쓰고 고치고 하다 보니 삭신이 쑤시는군요...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기를...

좋은 중가격대의 아나로그 플레이어를 죽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이 듣고 싶은 
(뮤직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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