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버 이야기
- 이글은 하이파이 동호회에서 활동하시는 최인규님의 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Sansui 9090)
중학교 때, 독수리표 쉐이코 모노 녹음기가 내가 가진 유일한 오디오이던 시절.....
동네 형네 집에서 봤던 리시버...
아마도 파이오니어였던걸로 기억한다. 모델명은 모르겠고...
반짝이는 은색 판넬의 노란색 튜닝메타램프의 외관도 외관이지만
그 기기가 들려주던 그 소리란 정말 잊지못할 천상의 소리처럼 여겨졌다.
이제 그보다 훨씬 고품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기기들이 지천으로 널렸지만
예전 그 추억을 잊지못해 우리집 거실에는 참 많은 리시버들이 거쳐갔다.
그 가운데 못잊는 기기는 아무래도 처음으로 들였었던 파이오니어 SX-880!
파이오니어 기기의 특성답게 청명하고 울림이 깨끗한 소리를 내주던
그 넘은 어디서 잘 지내고 있겠지.....
각설하고.....
리시버는 아시다시피 튜너와 프리, 파워앰프의 기능이 한 샤시에 수납된 앰프이지요.
사실 이것저것 귀찮게 연결할 필요가 없어서 일반 가정에서 막 쓰시기에는
가장 편리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요즘에야 아무리 싸구려 브랜드라도 (심지어는 미니컴포넌트까지도)
분리형 아니면 행세를 못하는 것이 이 바닥의 현실이지만...
60년대 중반, 트랜지스터가 개발되면서 전성기를 맞기 시작하던 리시버는
이후 80년대 초반까지 명맥을 유지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황학동 고물시장에서나 눈에 띠는 그야말로 빈티지 기기입니다.
자, 그럼 추억속의 리시버제품들을 살펴보기로 할까요?
우선 마란츠입니다.
70년대 중반 이미 미국의 마란츠사는 생산을 거의 중단했고
일본의 스탠다드사가 모든 제품을 대신 생산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디자인을 해주었지만 이것도 몇 년이 지나자 일본의 독자적 디자인으로 바뀌었고요.
흔히 마란츠 앰프 뒷면에 써있는 "Designed in USA, Made in Japan"
이라는 문구는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랍니다.
(marantz 2325)
1976년에 드디어 그 유명한 마란츠의 2325와 2275가 등장합니다.
2325는 채널 당 125와트 그리고 2275는 채널 당 75와트의 출력을 내는 리시버로서
마란츠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있던 제품이었지요.
음질도 좋았으려니와 전원을 넣으면 파란 패널이 떠오르며 가지각색의 기능표시등이
우리의 눈까지도 즐겁게 해준 추억의 명기였지요.
그 당시 인기 있었던 AR3a나 jBL의 L100 스피커에 물려서 엄청나게
팔려 나갔던 제품이었고 음악다방에서도 즐겨 쓰던 모델입니다.
1976-77년에는 2285, 2330을 선보입니다만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2285B와 2330B와는 전혀 다른 모델입니다.
이것이 마란츠의 마지막 녹턴형 리시버라고 할 수 있지요.
1978년에 나온 불세출의 히트작인 2285B와 2330B 부터는
종전의 운치 있던 녹턴형에서 투과식 간접조명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전원을 안켜도 문자판이 다 보이는 점이 다릅니다)
마란츠 리시버의 RMS출력은 모델번호에 그대로 나타나 있지요.
2330은 채널 당 130와트, 2285는 85와트, 그리고 2252라면 52와트가 되는 겁니다.
그럼 마란츠4300과 같은 모델명은 도대체 뭐냐구요?
맨앞의 4는 4채널을 의미하고요 (2는 스테레오죠) 채널당 200와트의 리시버입니다(2채널로 구동시).
4채널로는 아마 100와트일겁니다.
대략 1977년을 전후로 해서 녹턴형 리시버가 없어졌다고 기억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녹턴형 리시버내의 많은 램프전구들이 툭하면 나가서
AS요구가 빈번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주 밝은 곳에서는
문자판을 인식하기가 힘든 불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제조원가절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강력한 경쟁사인 Sansui에서는 유명한 7070, 8080
그리고 톱모델인 9090시리즈 리시버들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제품들은 1978년경에 돌비에서 특허를 낸 잡음감소회로를 장착한 7070DB, 9090DB 등의
신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제품들이 바로 산스이의 마지막 녹턴형 리시버였습니다.
(Sansui 8080db)
이때가 산스이 리시버의 전성시대 였던것 같습니다.
역시 경쟁사인 켄우드에서도 녹턴형 KR-9600, 7600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음질면 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품입니다.
1977년경 일본 파이오니어에서는 SX-1250, 1050, 950, 850, 650 등등의 50시리즈 리시버를 내놓았는데
이중 SX-1250은 40Kg정도의 대형리시버로서 방열팬이 달려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제품은 녹턴형이 아닙니다. 아마도 가장 먼저 녹턴타입을 탈피한 것이 파이오니어가 아닌가 합니다.
(Pioneer SX-1050 아래)
이듬해에는 신모델로 SX-1080, 980, 880, 680 시리즈를 등장시켰는데요
이중 SX-980이 국내에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좌우 파워레벨메타 2개, 튜닝메타, 시그날메타 해서 4개의 검은 바탕의 메타가 달려 있는
기계이고 우드케이스로 되어 있어서 아주 멋이 있지만 마란츠의 인기에 눌려서 중고가가 훨씬 쌉니다.
롯데에서 파이오니어와의 기술제휴로 생산한 리시버가 바로 이 파이오니어 리시버의 하위모델이었습니다.
다만 롯데에서 조립생산된다는 점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해서 일본파이오니어 제품의 국내인기가
바닥을 치게 되는 불상사를 당합니다. 이후 파이오니어 리시버는 국내에서 찾기가 어려워지지요.
(SX-980)
1978-79년의 리시버는 돌비회로가 장착된 것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이오니어에는 돌비회로가 없군요)
이때의 대표작이 바로 마란츠의 2330BD, 2285BD 입니다.
그러나 돌비회로의 유행은 불과 몇년 계속되지 않았고
4채널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그만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1978년에 산스이에서는 G9000, G8000, G7000시리즈를 내 놓았습니다.
노란 황금색 표시창에 어린애 주먹만한 두개의 다이얼이 (하나는 볼륨 조절용, 또 하나는 튜닝놉)
눈길을 끄는 제품이었고 특이하게도 스피커등
접속단자가 뒷면이 아닌 양쪽 측면에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난렵한 음질의 산스이답지 않게 소리는 투박한 편이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습니다. 접촉불량등 고장도 잦은 것 같구요.
이듬해 산스이는 G-9700, 8700, 7700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덩치가 아주 큰 제품들입니다만
소비자들의 호응은 적었고 대충 이때를 기점으로 산스이의 국내인기도 역시 바닥을 기기 시작하죠.
1980년대에 들어 와서 산스이는 전자식 튜너와 이퀄라이져를 장착한 G-9900Z, 7900Z등을
후속작으로 내놓았지만 오히려 구형만도 못한 엉터리 제품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켄우드의 경우 1979년에 Eleven, 후속 모델인 Eleven GX, 그리고 이 시리즈 완결편인
Super Eleven 이라는 초대형 사이즈의 점보급 리시버를 내놓았는데,
그 어느것도 같은 회사의 구형인 KR-7600, 9600을 능가하는 것이
없었고, 그 이후의 켄우드 신제품은 거의 국내에 유통이 안되고
소비자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Kenwwod KR-9600)
오로지 미란츠만이 고군분투를 하며 전자식 튜닝방식의 9000G와 7000G, 6000G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사실 음질로 보나 만듬새를 보나 전작인 2330, 2285시리즈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다른 메이커들의 뻘짓과 왕년의 마란츠 브랜드의 후광을 입기도 한 덕분에 이외로 많이 팔렸습니다.
특히 7000G가 많이 팔렸죠. 9000G는 매우 비싼 제품이었으나 잔고장이 있어서 구입하실 때
유의하셔야 합니다. (IC불량의 경우 영영 못 고치는 수도 있거든요)
자, 여기까지가 7~80년대의 파란만장한 리시버앰프 역사입니다.
문자 그대로 리시버의 황금시대 였었지요 !
세운상가에 지금 널리 깔려 있는 리시버들은 물량을 아끼지 않고
투여하고 공을 들여 모든 제품을 만들었던 이 시기의 제품들입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리시버가 일부 생산은 되었지만
그 종류와 질에 있어 길게 언급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엉터리 제품이 많았고
대략 1985년경을 전후해서는 일본은 물론 국산메이커에서도 더 이상
리시버의 신제품을 만들지 않게 됩니다. 바야흐로 '분리형 앰프의 전성시대' 가 열린 것이죠.
그러나 이 당시의 분리형 중에는 1970년대의 질 좋은 리시버보다도 형편없는
음질의 제품이 많았다는 점을 꼭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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