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입문

빈티지 오디오 값이 오르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2. 2. 22.


오랜 된 미래...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
 일상 출장 여행


남자가 빠지면 안 되는 취미가 3가지 있다.

바로 사진, 자동차, 오디오다. 
세 가지 취미들의 공통점은 한번 빠지게 되면 
"지름신의 강림"과 "바꿈질의 중독" 증세로 집 한 채도 날린다는 분야라는 것.


오늘은 그 중에 하나인 오디오에 대한 글을 써본다.
오디오에 대한 전문 지식 이야기는 아니다.
워낙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도 많고 서점에도 많은 책들이 있다.

바로 요즘 오디오 중고시장에서 "오래 된 오디오가 값이 오르는" 기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포스팅 제목을 "오래 된 미래"라고 써봤다.




"오래된 미래"는 유명한 책이다.
저자는 라다크라는 지역에 머물며 그 사람들에 대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화와 급격한 산업자본주의의 팽창속에서도
과거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라다크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은 좋아지고 편리해진다는데 왜 사람들은 쉽게 행복하다 말하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2년 전 쯤 중고 오디오를 구입했다. 
독립을 하면 TV를 사지 않겠다 다짐을 했었고 아직까지도 TV를 사지 않고 있다.
TV를 없이도 얼마든지 보고 싶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 P2P 써비스, DMB, 인터넷 개인 방송 등 얼마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찾아 볼 수가 있다.
대신 음악을 많이 듣게 되고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책을 읽지 않고 많이 사게 된다;;;;)

오디오 구입을 다짐 하고 나서 네이버 파워 블로거 "황준"씨의 블로글를 많이 읽었다.
황준씨는 본업이 건축가이면서 오디오와 카메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이분은 주로 "비싸지 않으면서 좋은 소리를 내어주는 오디오 기종의 선택과 매칭"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

대략 저렴한 가격대의 기종들을 선정하게 됐고 중고시장에서 몇 주간의 잠복기간을 거쳐
처음 구입 한 것이 산수이 8080DB 리시버와 KEF 104-2 스피커다.

산수이는 1970~1980년대 전성기로 주로 트랜지스터 리시버와 앰프를 주로 만들던 일본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도 7,80년대 "음악다방"에서 많이 사용하던 리시버다.
KEF스피커는 지금도 왕성한 개발과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영국 스피커 전문 회사다.
CDP는 필립스, CD880. CD 기술을 이용하여 처음 CDP를 만들었다는 필립스의 제품이다.
지금은 다리미,면도기등의 생활 가전으로 규모가 작아졌지만 
과거엔 일본,미국업체와 쌍벽을 이루던 세계적인 네델란드 전자회사다.







세 기종 모두 생산된지 30년 이상 된 기종이라는 것. 나보다 조금 젊다.
지금도 좋은 소리를 내어 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좋은 오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주로 30대 이상의 남자들이 많이 찾는다.

상품의 가격이라는 것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20~30년이 넘은 기종들이 거래되는 중고 오디오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라니 참 이해하기 힘들다.

요즘 새로 노트북,디카를 사고 포장지만 뜯어도 중고시장에서 30%정도 가격이 떨어지는 세상인데
아니 사람으로 치면 이제 중년으로 접어 들 법한 기계 따위가 가격이 오르다니 이건 무슨 현상이란 말인가


글로 설명 할 수 없다.
들어 봐야 한다.


왜 사람들이 그런 오래 된 기기들을 찾는지 직접 들어보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많은 조합의 오디오를 들어 보진 않았지만
수천만원, 수백만원씩 하는 신제품 오디오보다
5.1인치 홈써라운드 THX, 돌비 등의 휘황찬란한 기술을 자랑하는 요즘의 오디오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어 준다.

뭐랄까. 오래 묵힌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게와 조미료 좀 넣고 보통 김치로 끓이는 김치찌게 맛의 차이랄까.

고음이 잔소리 하듯 쏘거나 저음이 자랑하듯 쿵쾅거리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악기들의 위치가 느껴질 정도로 음장감도 있고 적당히 울려주는 잔향도 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삐까뻔적한 수천만, 수억짜리 오디오는 더 좋은 소리를 들려 줄 게다.
하지만 비교적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그에 못지 않은 소리를 내어주니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 날 수 밖에.

2,30년 전의 오디오,스피커를 만들던 엔지니어들은 지금의 엔지니어들보다 더욱 더 인간의 감성에 더 집중 한 것 같다.
많은 제품군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보다 개발 목표로 하는 감성적인 소리를 위해 어렵게 좋은 부품을 찾아 내고
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30년이 지나도 이렇게 새것같은 기능과 소리를 유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자부품 마케팅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사족을 곁들여 말한다면
지금의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은
레고를 조립하는 방식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개발기간을 맞추기 위해 
또 경쟁사보다 더 빨리 더 좋은 스팩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세서 묵묵히 일하는 엔지니어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요즘 생산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들은 그 수명을 10년 이상 보증 하지 않는다.
오래 쓰면 소비자들이 빨리 새 제품을 사지 않기 때문일까.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좋은 부품을 쓰지 못 해서일까.


다시는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건만
얼마전 Naim사의 72/140 프리앰프,파워 기기를 영입했다.
(이 바닥에서 좋은 기기를 구하면 "샀다"라고 하지 않고 "영입"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제일 잘나가는 투수를 영입한 것 처럼...)

이 기기 역시 몇몇 블로거들의 좋은 평가 때문인지 중고가가 점 점 더 상승하고 있다. 
최근 2,3년새 30%정도 상승 한 듯.
이런 오디오 기기가 중고시장에서 많아지고 있다. 
이제 미술품으로 재테크하는 시대가 아니라 오디오기기로 재테크하는 시대가 오기라도 하는 건가?

산수이 8080DB 리시버보다 KEF 104/2스피커에서는 더 선명한 저음과 부드럽고 조금 더 세밀한 고음을 내어 주고 있다. 
특히 보컬과 대편성의 클래식, 현악기, 피아노 등 많은 장르에서 더 좋은 소리를 내어 주고 있다.

아큐톤 스피커 유닛에서는 롹이나 팝에서 더 선명한 악기의 구분과 드럼소리를 내준다.

대량 생산과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에
시간이 지날 수로 그 가치가 올라가는 전자제품이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면서 고마운 일이다.

끊임없이 신제품과 신기술로 수요을 자극하며 10년,20년 쓰면 쓰레기로 버려질 
전자제품을 양산하는 소비지향주의 시대에 중고가가 오르는 오디오기기는 
단연 주목할 만한 현상다. 바로 이것이 그 "오래된 미래"의 한 단면이 아닐까?



<덧 붙이는 글>
- 주로 방문 하는 오디와 관련 블로그는 건축가 황준씨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uneeeeeee
- 가장 활발한 중고 오디오 시장은 http://www.wassada.com 의 커뮤니티내 중고장터
- CF 감독 박웅현씨가 말한 음악이란 "삶의 진통제"
- MP3보다 CD가 좋다. 음방을 구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파워를 켜고 음반을 밀어 넣고 볼륨을 천천히 돌리며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 만큼은 "외롭다" "후회스럽다" "걱정된다" "조급하다" 같은 사치스러운 감정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 오디오와 형광등은 어울리지 않는다. 60촉 백열등이 어울린다.
 

- 소리가 좋은 카페에서는 커피 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
- 비싸지 않아도 좋은 스피커와 오디오를 설치한 카페를 발견하면 주인이 궁금해지고 다시 보게 된다.
- 내가 카페를 한다면 좋은 스피커와 음악들로 채워 줄 수 있을 텐데....ㅋㅋㅋ
- 왜 그 많은 카페 주인들은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나?
- 만약 개인 작업장이나 조금 편하게 공개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찾아 오는 손님들께 듣고 싶은 CD를 가져오게 해서 가지고 있는 오디오로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 뭐 사설 음악 감상실 정도? 문앞에 이렇게 적을 것이다. "소리가 좋은 카페. 듣고 싶은 씨디를 가져 오시면 들려 드립니다."

초공감 생각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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