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afe.naver.com/audiosori/555
Acoustic Energy AE1 signature
추천인|김윤구·신동휴·장현태·한창원
필 존스라는 이름과 함께 유명해진 소형 북셀프 스피커. 검은색의 메탈 콘과 장미목의 인클로저는 독특한 아름다움까지 겸비했다는 생각이다. 소리 역시 그 독보적임에는 부정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해상력과 음장의 표현에 발군이었으며 앰프의 성향과 능력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reference 모델의 맑게 확산되는 고역의 아쉬움을 signature 모델에서는 확실히 해소해 주고 있다. 필 존스의 외도와 함께 빠르게 단종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소리의 특징 때문인지 중고시장에 이 모델, 특히 시그너처 버전은 좀체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보다 저역의 양감이 개선된 AE2가 있으나 메탈 콘이 주는 해상력과 분석적인 해석을 위해서라면 AE1 시그너처가 보다 큰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AE1은 또 당시 애호가들에게 스탠드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모델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영국 타겟 사의 그것이 하이파이용의 유일무이한 스탠드였고, 스탠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진 않았었는데 동사의 건실한 전용 스탠드의 등장으로 북셀프 스피커, 특히 음장이나 해상력에 실력이 있는 스피커에는 비교적 단단한 스탠드의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되었었다. 특히 종교음악 등에서 성악부의 위치를 높게 그리는 음장의 표현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스탠드의 사용은 필수적임을 필자도 그때 배웠다.
여러 베스트 매칭이 있지만 당시 프라이메어의 301L, 제프 롤랜드의 콘센트라, 그리고 첼로의 Duet 350이 필자가 기억하는 베스트 매칭이었다. 앰프의 능력을 마음껏 표현하는 능력 때문에 다양한 수준의 앰프들이 이 스피커와 베스트 매칭이 됨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Altec 604-8G
추천인|장현태
알텍은 극장용 시스템에서 출발하여 조건과 환경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 제공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유닛을 개발했는데, 604 시리즈는 그 중 가정용으로 쓰기에 가장 최적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604 시리즈도 많은 파생 모델이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인 604-8K, 8G, 8H이다. 제품별 성향이 완전히 다른데 한 가지 같은 것은 동축 2웨이 구성으로 유닛 중앙에 고역을 담당하는 혼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8G는 A시리즈의 혼에서와 같은 격자 칸으로 구성되어 사운드의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8K, H는 재즈나 라이브 음에 상당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반면, 8G는 그보다 순화된 소리로 클래식에 적합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 클래식을 주로 듣는 빈티지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스피커 중 하나다.
무엇보다 604-8G의 가장 큰 장점은 현악기인 바이올린의 음색이 탁월하는 점이다. 그리고 604시리즈는 A시리즈와 달리 동축형 혼으로 음의 정위가 분명하고 능률이 좋아 진공관 푸시풀 앰프보다는 3극관 싱글과의 매칭을 통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그 중에서 밝은 알텍과 대비되는 어두운 성향의 RCA2A3 싱글 앰프와의 매칭에서 바이올린 소리는 가장 질감 있고 농밀한 음을 만끽할 수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과거의 604 시리즈 중 오리지널 인클로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유닛에 대한 인기도는 아직도 과거 못지않으며, 이런 인지도는 90년대말 604 시리즈 중 604K를 재발매하게 이르렀는데, 기본 컨셉은 604-8K를 기반으로 인클로저나 유닛, 네트워크는 구성되어 있으며, 예전의 사운드와는 조금 차별된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Apogee Diva
추천인|신동휴·심재익
스피커에 사용되는 유닛을 분류할 때 흔히 표현하는 리본형은 질량이 낮고 가벼워서 트랜지언트 특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표현을 곧잘 한다. 그만큼 반응이 기민하여 주로 고역의 트위터에 사용되고 있었는데 주된 재질은 알루미늄이다. 이런 리본형 유닛을 저역부터 고역까지 모두 채용한 스피커 메이커가 혜성같이 등장을 했는데 바로 미국의 아포지라는 회사였다. 또한 기존의 질감이나 음상 같은 부문에 관심을 돌리던 오디오파일들이 사운드 스테이지라는 음장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데 공헌을 한 스피커 메이커이기도 한데 여러 모델들 중 유일한 3웨이 멀티앰핑 전용 스피커이다.
아포지의 스피커들은 변형된 변형된 마름모꼴의 모양새와 더불어서 지극히 얇은 두께의 인클로저와 스트레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사운드로 일부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보컬이나 어쿠스틱 기타 같은 부문에서는 개인적으로 아포지의 디바를 최고의 스피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인클로저 없이 공기만을 울리는 독특한 구동방식 덕분에 공간에서 사운드가 재생되는 듯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음에 실체감이 부족하고 저역 재생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넓은 재생면적이 필요하며 살인적으로 낮은 스피커 임피던스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도산한 이후 지금까지도 그 추종자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특히 디바의 경우 상당 부분의 약점을 보완하고 멀티앰핑이라는(전용 D.A.X가 필요하다) 호화로운 구성에 그 독특한 음장 재현능력을 극대화시킨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구동력이 높은 파워 앰프가 필수적이다.
ATC SCM 20
추천인|박성수 장현태
1990년대 초반 프로용 모니터 스피커 시장에서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일반 홈 오디오 시장까지 진출한 ATC는 그동안 이들 두 영역을 아우르는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SCM 20은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스피커였다.
당시 필자는 1980년대 초반 셀레스천이 SL6을 내놓으면서 고성능 소형 스피커의 붐을 일으킨 이후 시장에 등장한 최고의 소형 스피커라는 취지의 리뷰를 쓴 바 있고, 그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적어도 필자에게 이 스피커는 당당한 음향 골격을 제시하는 올이 굵은 선율선, 표정이 또렷한 다이내믹, 밀도가 높은 색채 표현 등을 유기적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통합해 내는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그러나 SCM 20의 문제점은 스피커가 아니라 앰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스피커가 필요로 하는 안정성·폭발력·집중력 등을 제대로 표출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로는 도저히 충족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찾아낸 앰프 세트 하나가 패스의 알레프 0s 파워 앰프와 제프 롤랜드의 코히어런스의 조합이었고, 다른 하나가 제프 롤런드 모델 7과 코히어런스의 조합이었다. 이들 앰프 세트와 만나면서 SCM 20은 소형 스피커 특유의 아담한 음향 무대 속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음향 드라마를 연출했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유연성을 잃지 않는 역동적인 선율선과 다이내믹의 조화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필자의 뇌리에 지금도 남아 있다. 진지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소형 스피커 가운데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기기이다.
B&W Matrix 801Ⅲ
추천인|김기인·김윤구·박성수·신동휴
노틸러스 800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위세가 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도 주변에서 매트릭스 801을 애지중지하는 애호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은 B&W가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음향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구형 801이 보여 주는 자연스러운 음향 풍경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틸러스 시리즈가 보여 주는 세련미 넘치는 감각적인 음향과 비교해 보면, 매트릭스 800 시리즈의 음향은 어딘지 고풍스럽고 예리한 맛도 부족한 둔탁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온화하면서도 정연한 음향 무대, 음악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유연한 선율선과 우아한 색채, 긴박하지 않게 정상까지 도달하는 다이내믹 등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룬 독특한 음향을 연출하는 스피커가 바로 매트릭스 801 스피커이다.
이렇게 보면 매트릭스 801 스피커는 ‘자연스러운 색조로 연출하는 유려한 음향 풍경’을 추구하는 원조 브리티시 사운드의 전통에 보다 가깝게 서 있는, 그러니까 정교한 표현력을 중시하는 최근의 새로운 음향 패러다임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 만큼 감각적인 음향을 지향하는 젊은 애호가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기기라고 할 수 있지만, 상하의 균형이 잘 잡힌 정연한 대역 밸런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음향 윤곽, 수렴과 발산 사이의 균형이 좋은 다이내믹, 섬세한 색채 표현 등이 살아 숨쉬는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음향을 원하는 중년층 이상의 애호가에게 구형 매트릭스 801 스피커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할 수 있다.
B&W Nautilus 802
추천인|남상욱·박성수
1997년 처음 출시된 B&W의 노틸러스 시리즈는 스피커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할 만한 여러 혁신적인 기술이 채용되어 제품 출시부터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피커이다.
쐐기형으로 생긴 튜브를 통해 트위터로부터 발생하는 공기를 후면으로 배출시켜 트위터의 간섭을 없애는 트랜스미션 라인의 트위터나 골프공 표면과 같이 딤플 처리된 저역 포트를 통해 공기의 흐름을 개선하는 기술, 에지를 없애 에지로부터 역발생하는 진동을 근본적으로 차단 중역대의 순도를 높인 FST기술, 고온 고압으로 나무를 변형시켜 인클로저 내부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인클로저 기술까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탁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여러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노틸러스 시리즈이다.
노틸러스 802는 상급기인 노틸러스 801의 15인치 우퍼 대신 8인치 우퍼 두 개를 채용하여 제품의 폭을 줄인 스피커로 이전 매트릭스 801이나 노틸러스 801에서 나타나는 저역 구동의 어려움과 좁은 시청 공간에서 발생하는 과다한 저역 양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콘크리트 구조의 거실 공간이나 좁은 시청 공간의 경우 상급기 801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이 쉽게 나타나는 반면, 802의 경우는 좀더 울리기도 쉽고 또 좁은 공간에서도 저역의 문제가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 홈시어터의 구성에 있어서도 상급기에 비해 크기 면이나 디자인 면에서 좀더 국내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며, 신제품 출시에 따라 중고가의 하락 역시 기대되므로 여러 면에서 주목해야 할 제품이다.
Bose 901-Ⅳ
추천인|김기인
닥터 보스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MIT 공대 심리음향학과 교수이다. 그가 음향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시중의 스피커와 실제 연주장을 비교 분석했는데 양자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실제 연주장의 소리는 직접음 11%, 반사음 89%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직접음이 더욱 많다는 것이었다. 이에 실제 연주장과 같은 비율의 음 확산 구도가 음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그와 비슷한 분포의 음확산 구조로 개발한 스피커가 바로 보스 901이다.
901 스피커는 0.9Ω 임피던스, 4인치 풀레인지 9개로 구성되어 있다. 전면으로 1개, 후면으로 8개가 배치되어 벽면으로 반사되는 사운드를 주로 청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액티브 이퀄라이제이션으로 프리, 파워 중앙에 스피커 응답특성을 미러 이미지로 보완하는 특수한 회로가 삽입되어 결과적인 주파수특성을 평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스피커 자체의 나특성을 평탄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정확하게 스피커 전체 특성을 평탄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901은 발매된 지도 오래되어 Ⅴ, Ⅵ, 피아노 마감 등 여러 변형 모델이 제조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오크 무늬로 마감되어 평범한 구형 Ⅳ가 가장 인기가 좋은 편이다.
9개의 유닛이 내부에서 직렬로 연결되어 1개의 유닛만 손상되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보이스 코일은 알루미늄 에지와운드에 보빈도 알루미늄으로 서로의 열팽창 계수가 동일해 대 입력시 열이 나도 디스토션이 매우 적다. 잘만 운영하면 음장 재현력이 매우 뛰어난 보스 사의 명기.
Dunlavy SC-5
추천인|김주영·남상욱·신동휴
던래비 오디오 사는 이전 오스트리아 소재의 던텍 사에서 스피커 디자인을 맡고 있던 존 던래비가 미국으로 이주하여 새롭게 만든 스피커 제조사이다. 이들 던텍 사의 제품들의 경우 대부분의 높이가 180cm가 넘으며, 그 무게 또한 사람의 몸무게가 훌쩍 뛰어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기에 해외 판매에 있어 운송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컸고, 이에 착안한 던래비는 미국에 직접 회사를 만들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했던 것이다. 물론 이 두 회사의 스피커는 동일한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매우 유사한 음향을 재생해 주므로 굳이 던래비 사의 스피커와 던덱 사의 스피커를 따로 고르지는 않았다.
존 던래비는 스피커 설계자 가운데서도 매우 엔지니어적인 인물인데 설계자의 귀나 음악적 취향보다는 정확한 계산과 측정을 통한 스피커 설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사용되는 유닛이나 부품 역시 제품의 가격을 가리지 않고 가장 뛰어난 물리적 수치를 보여주는 제품만을 골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로스오버와 스피커 유닛의 위치를 달리하여 정확한 위상 일치를 시켜 놓은 설계 역시 이러한 엔지니어적 완벽주의에 따른 것으로 이후 많은 스피커 제조사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하다.
SC-5는 플래그십 모델인 SC-6의 바로 아래 위치하는 제품으로 현재 미국 매스터링 엔지니어 중 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음반의 수록된 정보를 어떠한 왜곡 없이 투명하게 재생하는 트랜스듀서(Transducer)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충실히 하는 스피커로 회사가 없어진 지금까지도 최고의 스피커 중 하나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제품이다.
Dynaudio Contour 1.3 MK2
추천인|김기인·김윤구·신동휴·한창원
콘투어 1.3 MK2는 풍성함을 잊은 채 해상력과 작은 음상 그리고 핀 포인트와도 같은 정위감을 좇아 흘러가는 소형 북셀프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던 스피커라 생각된다. 오디오계도 유행이 있다면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으나 짧지 않게 존재하는데, 밀레니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북셀프 등은 현의 음색을 위한 한 길과 언급했듯 작은 음상과 날카로운 해상력이라는 또다른 길을 향해 나가는 유행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중 후자의 것이 고급스러운 소릿결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브랜드가 그런 성향에 맞는 스피커를 출시했으며, 애호가들 역시 케이블 등으로 동일한 컨셉의 소리를 이끌어 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의 유행이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며 또한 오디오에서 틀린 길이라 언급하는 것 역시 아니다.
1.3 MK2는 이런 흐름에 크기를 잃지 않은 채 조화로움과 저역에서 비교적 증가된 양감을 이끌어낸 스피커였다. 앰프가 조금 모자라거나 매칭에 실패하는 경우 저역이 조금 풀어지는 경향이 있어 앰프의 매칭에 주의가 필요하고 확산되는 고역의 맛은 애호가들이 저울질하는 동급의 모델에서 조금은 양보한 경향이 있으나 스윗 스팟에 구애 받지 않고 편안히 음악을 듣게 해주는 장기가 있었다.
최근에 다인오디오가 그들의 라인업을 새롭게 하기 전까지 이 제품의 인기는 아마도 동사에서도 탑 클래스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중고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으니 저역의 양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 스피커가 의외로 쉬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Dynaudio C4
추천인|김주영·장현태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시리즈는 C1, C2, C4가 가장 대표적인데, 그중 C4는 가장 상위제품이다.
처음 소개될 당시부터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던 제품으로 다인의 설계 이념과 공학적인 이념이 잘 조화된 베스트 셀러로 정확한 스테이징 포인트와 에소타2 트위터의 고역은 단정하고 깨끗함을 느끼게 하는 제품으로 다인오디오 유닛을 사용한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고출력 파워 앰프와의 매칭에서 공기의 밀도감이 느껴지는 듯한 응집력을 발휘한다. (오른쪽)
재즈곡이나 남성 보컬에서 상당히 많은 장기를 지니고 있는데, 특히, 라이브 녹음의 재생은 생생한 현장음을 제대로 표현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크기에 걸맞지 않게 단정한 음의 재생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2개의 에소타2 트위터의 사용에도 고역에서 거부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도록 네트워크 설계와 오랜 튜닝을 통한 결과물이다. 상하 대칭적이 유닛 배치는 여성의 허리를 보는 듯한 날렵한 전면 배플과 함께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모한 다인오디오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현대 건축물의 내부에 잘 어울리는 현대적인 느낌은 오랫동안 사용해도 싫증이 나지 않을 만큼 조형물에 가까운 느낌을 가져오는데, 특히 별도로 제작된 전면 배플은 글라스 재질과 고강도 적층 구조 등을 사용하여 조금의 흔들림 없는 견고한 인클로저의 설계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C4는 다인오디오와 에소타 매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롱셀러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완성도가 보장되는 제품이다.
EV The Patrician 4
추천인|박성수
일렉트로 보이스라고 하면 빈티지 애호가들은 흔히 파트리션 800을 떠올리지만, 필자에게 최고의 EV 스피커를 꼽으라면 ‘더 파트리션 4’를 고를 수밖에 없고, 한 걸음만 양보하라고 한다면 구형 ‘조지언’ 정도를 선택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들 스피커가 보여주는 독특한 음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빈티지 스피커 가운데 현대 음향과 가장 근접한 음향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 이들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4웨이 방식의 독특한 방식의 백 로드 혼을 채택하고 있는 파트리션 4는 선율선과 음색에서는 빈티지 특유의 관능미를 마음껏 뽐내지만, 음향 무대와 공간감의 연출에서는 현대 음향 특성을 연상케 하는 청명한 음향을 보여 준다. 물론 시장에 등장한 지 반세기가 넘는 스피커인 만큼, 기기의 보존 상태가 좋아야 하고 튜닝이 제대로 된 기기라는 유보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파트리션 4는 스피커 100년 역사의 기념비적인 존재라고 해도 좋을 기기이다. 로이 칼슨의 역작이라고 할 만한 장려한 디자인으로 보나, 독특한 구동 방식으로 보나, 어떤 음향이든 여유 있게 소화해 내는 장쾌한 다이내믹 레인지로 보나, 마지막으로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개성과 관능미가 흘러넘치는 선율선으로 보나, 파트리션 4는 최고의 스피커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이 스피커를 구동하기 위한 앰프를 고르는 것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데, 필자라면 구형 진공관 앰프보다는 차라리 현대 앰프를 물려서 이 스피커에서 빈티지 음향과 현대 음향이 독특한 조화를 이룬 음향을 이끌어 내고 싶다.
Goodmans Axiom 80추천인|김기인
영국의 굿맨 사는 스피커 전문 메이커로 국내에서는 완제품보다 단품 유닛으로 더욱 유명하다. 특히 Axiom으로 표기되는 일련의 풀레인지 시리즈들(Axicom 201, 80, 100, 200, 300, 450 등)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끝이 0으로 끝나는 모델들이 명기로 알려져 있다.
스피커 역사상 풀레인지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액시옴 80인데 9.5인치 구경으로 가청 주파대역 20Hz-20kHz를 커버하는 스피커 설계자 조르단 왓트의 명품이다.
17000 가우스의 알니코Ⅴ 마그넷이 채용되어 있으며 논 에지, 논 댐퍼의 베이클라이트 6점 지지라는 특수 설계로 콘 공진 주파수를 20Hz까지 낮추고 고역에서도 섬세하게 진동하는 스피커 유닛으로 탄생되었다.
70년대 일본인의 요청으로 리바이벌 모델이 발매되기도 했는데 미세한 외형상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본 구조나 소리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저역을 20Hz까지 낮추려면 인클로저에 ARU(Acoustical Residence Unit)라는 특수 구조의 덕트를 설치해야 하며, 임피던스 15Ω에 내입력 15W로 대음량으로 울릴 스피커는 아니다. 그러나 잘 매칭시키면 그야말로 풀레인지 사운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데 청명하고 투명한 음색과 정확한 스테이징 음악성 등이 일품이다. 더 많은 저역을 원해 2조 내지 4조를 병렬로 핸들링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구형, 신형을 많이 따지지만 양자간의 음질 차이를 필자는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신형이 원래의 액시옴 80 소리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인데 그만큼 구형의 콘지 댐핑이나 자기회로 손상이 심하다는 뜻일 것이다.
Harbeth HL Compact 7
추천인|류국일·박성수·장현태
1980년대 중반 뛰어난 음향을 자랑하던 스피커이지만, 북셀프형 스피커치고는 그리 낮지 않은 가격 때문에 젊은 애호가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브랜드가 바로 하베스이다. 하베스의 스피커들은 당시 애호가들에게는 피아노 재생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HL 콤팩트 7은 하베스의 롱런 셀러 가운데 하나! 이 스피커는 하베스의 다른 기종과 마찬가지로 그리 높지 않은 가격의 영국제 중급형 인티앰프와 매칭이 좋았던 까닭에 하이엔드 기종을 구입하는 데는 큰 부담을 느끼지만, 음악적 완성도 높은 음향을 즐기려던 실력파 애호가를 위한 숨은 보석 같은 기기였다.
요즘처럼 정교하고 투명한 음향을 선호하는 경향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자연스러우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음향 풍경을 연출하는 데 일가를 이룬 하베스의 과거 음향은 세련미가 부족한 음향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HL 콤팩트 7이 만들어내는 유연하면서도 탄력이 흘러넘치는 선율선과 시원스러운 다이내믹, 그리고 자연스러운 색채 표현 등은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세계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특히 이 스피커는 동급의 인티앰프에서도 꽤 들을 만한 음향을 만들어내지만, 그보다 한 등급 높은 분리 앰프 세트나 진공관 앰프와의 조합할 경우, 동급 기기와의 조합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집중력과 흡인력이 뛰어난 역동적인 음향을 연출하는 기기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필자는 콘랜드 존슨의 진공관 앰프 세트와 조합할 것을 지인에게 추천하여 톡톡한 재미를 본 적도 있다. 한마디로 영국 스피커 특유의 자연스러운 음향 조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스피커가 바로 하베스의 HL 콤팩트 7이다.
JBL 4344
추천인|박성수·장현태
1980년대 중반 이후 영국 제품들이 약진을 거듭하면서, 당대까지 오디오계를 호령했던 미국 브랜드들이 퇴조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당시 JBL은 중급 오디오 시장에서 급격하게 힘을 잃은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시기에 JBL은 에베레스트 D55000이나 K2 시리즈 등의 하이엔드 기종을 내놓았고, 지금도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위세가 전만 못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등장한, 이른바 43 시리즈의 맏형격인 4344 스피커는 그 규모로 보나 음향의 완성도와 스타일로 보나 1950년대부터 JBL이 누려온 ‘영광의 시대’를 대표하는 스피커로 보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4웨이 4유닛 구성의 위상반전형인 이 스피커는 38cm 구경의 우퍼, 25cm 구경의 미드레인지, 5cm 구경의 콤프레션 드라이버에 2307 혼과 음향 렌즈로 구성된 중고음역, 혼형 트위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스피커의 음향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에게 낯익은 정통 JBL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치밀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형 기종 특유의 광활한 음향 무대를 전면에 부각하면서 4344가 보여 주었던 시원스럽게 정상까지 도달하는 광대한 다이내믹, 거칠 것 없이 흐르는 상쾌한 선율선, 밝은 색조 등은 창립 초기부터 JBL이 독자적으로 추구해 온 생동감 넘치는 음향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보석을 세공하는 듯한 최근의 세련미 넘치는 음향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현재의 관점으로 보아도 4344가 보여 주는 광활한 음향은 그 자체로서 음미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한마디로 역사적인 의미를 인정받는 스피커이다.
JBL K2 S9500
추천인|류국일·신동휴
미국을 대표하는 전통적 스피커의 명가인 JBL은 항상 시대를 대표하는 스피커를 선보이고 있는데 하츠필드나 올림푸스 같은 가구적 디자인에서부터 43 시리즈나 44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모니터, 그리고 HL-88이나 D-130 같은 유닛에 이르기까지 스피커에 관한한 지속적이고도 끊임없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스피커 메이커라고 생각한다. DD 44000 같은 파라곤이나 80년대 후반 선보인 DD 55000 에베레스트의 계보를 잇는 S9500, 일명 K2는 3웨이를 고집하던 최상급기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2웨이 스피커이다. 통 아크릴을 깎아서 만든 혼과 15인치 일변도의 우퍼에서 처음 시도하는 14인치 구경의 우퍼, 콘크리트로 만든 받침대로 구성된 4피스 구성도 그러하지만 뒷면의 각 유닛을 이어주는 독특한 디자인의 점퍼 플레이트와 전통적으로 바이앰핑을 위한 익스터널 스위치, 몬스터 케이블을 배선재로 채용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그러나 K2의 경우 이전까지 JBL은 기존의 유닛을 조합하여 최상위 모델을 발표하던 것과 다르게 K2만을 위한 유닛을 전면 개발하여 채용했다는 점과 기존의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톨보이 스타일의 구성과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상 동축형의 어레이 등에도 주목을 받았던 제품이다. 사운드는 주로 K2 발매 이전에 발표되었던 에베레스트와 흔히 많은 비교되는데 에베레스트가 다소 건조하고 확산감에 중점을 두었다면 K2는 보다 질감 있고 집중력이 있는 스타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혼형이긴 하나 신경질적인 음이 나온다거나 우퍼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없으며, 음상도 샤프하고 실체감을 보여주는 스피커이다.
JM Lab Grand Utopia
추천인|장현태
JM 랩은 항상 유닛 전문 브랜드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는데, 그랜드 유토피아를 통해 하이엔드의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운드, 디자인, 오감을 모두 만족할 만한 제품으로 인정 받는 JM 랩을 대표하는 스피커이다. 3웨이 5스피커로 구성된 대형기로 출시 초기 전세계 유명 하이엔드 전시회에서 항상 메스트로 선정되는 한마디로 오디오파일 누구나 한번쯤 관심의 대상이 되게 만든 명작이다. 특히, 재생 주파수가 20-25kHz로 기존의 초저역의 한계를 모두 극복했는데, 저음은 15인치 우퍼가 담당하고, 중저역은 11인치 우퍼가 가장 위쪽에 설치되어 아래를 향해 있는 여기에서 80Hz-400Hz대를 담당한다,
중앙 트위터를 중심으로 상하에 부착된 중저음용 6.5인치 유닛 2개는 가상 동축형 방식으로 400Hz~2.5kHz까지를 커버한다. 트위터는 고음은 티옥사이드 재질로 네오디뮴 자석으로 만들어 시원하고 무지향에 가까운 고역을 재생해 준다.
그리고, ‘포커스 타임’이라는 원리를 이용하여 전체 구성이 청위자의 청취 위치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배열하고 있다. 실제 사운드를 들어본다면 포인트가 15인치 우퍼의 중심으로 집중되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유닛의 수가 많지만 전혀 음의 포인트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세팅 공간만 확보된다면 마치 풀레인지를 듣는 듯한 정확한 원 포인트 초점으로 황홀함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장기를 가지고 있다. 대형기로서의 매력과 개성은 현존 어떤 스피커와 견주어도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킬 만한 명기다. 그랜드 유토피아는 베릴륨 버전으로 최근 발매되고 있지만 오리지널 그랜드 유토피아의 매력이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
KEF 107/2
추천인|신동휴·심재익
KEF는 영국의 스피커들 중에서 레퍼런스 시리즈 발매 당시 가장 급진적인 설계이념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적인 스피커 회사이다. 이전부터 BBC 스튜디오 모니터로 잘 알려진 LS3/5a의 유닛 공급 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었고 윌슨 오디오의 최상급, 아니 세계 최고의 스피커 중의 하나인 Wamm의 중저역 유닛도 운동장 모양의 독특한 형상을 지니고 있는 B139 유닛의 생산업체로도 잘 알려진 회사이다. 아마 최근에는 UNI-Q 라는 독특한 동축형 유닛으로 한층 더 자신들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KEF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던 시리즈는 1980년대 후반 소개 되었던 레퍼런스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중 107/2는 최상위에 위치하던 모델로 105/2에 사용하던 중고역 타워에 상하로 기다란 인클로저를 가지고 있는 3웨이 4스피커 구성의 스피커이다. 특히 독특했던 점은 2개의 우퍼가 만들어내는 저역의 방식인데 ‘커플드 백 캐비티’ 라는 방식으로 인클로저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저역의 유닛이 푸시풀로 작동하여 상단의 중고역 타워 쪽으로 점성이 강한 저역을 내어주는 이채로운 방법이다. 또한 KEF의 Kube라는 저역 확장용 이퀄라이저를 부속하여 자신의 리스닝룸이나 소스에 따라 적절한 저역을 제어하도록 하는 여러모로 오디오파일들이 좋아할 만한 구성을 갖춘 스피커 시스템이라 생각된다. 스피커의 인클로저 디자인에서 비롯되는 뛰어난 음장재현능력과 이미 LS 3/5a에서 검증된 뛰어난 질감,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저역 등 장점이 매우 많은 스피커이며 다만 구동력이 좋은 앰프 찾기가 관건이다.
ProAc tablette 2000
추천인|김윤구·남상욱 ·김주영·한창원
프로악의 플로어 스탠딩 형과는 사뭇 다른 소리의 북셀프형 스피커. 프로악의 소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고역에 맑음과 약간의 아쉬운 밀도감이 떠오른다. 타블렛 2000은 밀도감에선 오히려 동사의 플로어 스탠딩형을 앞서고 있는 느낌이다. 그외 소리 성향은 오히려 ATC의 경향을 닮았다고 할까? 아무튼 동사의 다른 형제들과는 어딘지 다르게 느껴진다.
음장에 있어서는 그 펼쳐짐에 장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뒷벽과 옆벽의 세팅에서 일정 수준 이상 확보가 된다면 좌우와 높이를 그려내는 장기가 독특했다. 하지만 깊이의 표현에서는 비슷한 시절의 경쟁자들에 비해서 한발 물러섬이 있었다. 무대를 깊게 표현하지만 앞뒤 관계가 명확한 그런 음장을 가지긴 어려운 스피커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는 모든 음을 또렷히 표현하고자 튜닝한 동사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원경에 있는 소리는 그 테두리가 불명확해도 되는데 말이다. 덧붙여, 현의 표현이 유난히 뛰어나지 않았나 하고 기억해 본다. 이 스피커로 들어본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나’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3중주’ 등에서 정말 모나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스피커가 가진 소리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앰프를 조금 가린다는 것이 중고 시장에서 덥석 잡아오기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구동력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앰프의 차이가 소릿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중고로 형성되는 가격은 애호가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제공한다.
Quad ESL63 Pro
추천인|김주영·김기인·윤광준
쿼드의 모토는 적은 비용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인데, 비용을 많이 투자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들의 제품 중에는 실용적이면서 좋은 소리를 내주는 명기가 많다. 특히 ESL 시리즈는 그들의 유일한 정전형 스피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ESL63 이전에도 ESL이란 정전형 스피커가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63년 획기적인 개량을 가해 ESL63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디지털 대응으로 외부 케이스와 내부 진동 보강을 더해 ESL63 Pro가 되어 현재 ESL 988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ESL63 Pro가 쿼드 ESL 63의 정점이라 볼 수 있으며, 가장 판매량 많은 것도 역시 ESL63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다. 초고압 고정 전극 사이에 수 미크론 두께의 초경량 E 마이크로 필름에 전도체를 코팅해 삽입한 후 음성 전류를 흘리면 전도성 필름이 진동하는 정전 구조의 이 스피커의 특성은 가상 음원의 연장 축상에서 회절음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에 디스토션이 적고, 극히 사실적이면서도 투명한 사운드를 보장한다. 중앙에 1장의 고역 다이아프레임 상하에 저역 다이아프레임이 장착되어 각 채널이 3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습기나 먼지에 약해 중앙 고역 다이아프레임이 손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의 직진성이 강하고 음의 분신각도가 좁아 세팅하는 데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잘 세팅된 ESL63 Pro의 사운드는 매우 자연스럽고 편하다.
저역이 약간 부족한 경향이어서 1조를 더 겹쳐서 푸시풀 구성이나 서브우퍼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그대로 듣는 음질이 가장 좋다.
Rogers LS3/5a
추천인|김기인·김주영·박성수·장현태
BBC에서 발주한 소형 모니터 기종 가운데 가장 유명한 모델로서, 지금까지도 열성파 애호가를 거느리고 있는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는 동일한 형번으로 스펜더, KEF, 하베스 등의 메이커에서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메이커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음향 특성으로 인하여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 듣는 재미가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스피커는 초소형이라고 할 만한 외형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반 애호가들에게 추천하기 다소 뭣한, 그러니까 아주 특별한 취향을 가진 아주 특별한 애호가들을 위한 기기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골수 애호가들에게 LS3/5a는 스피커 그 이상의 존재이다. 소형 인클로저에 저음이 70Hz까지 밖에 나오지 않는 스피커, 공연장의 2층 앞자리에서 듣는 음향 밸런스를 보여 주지만, 이 스피커가 연출하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 자연스러운 공간감, 또렷한 표정의 음향 등은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음원을 밑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의 음향 무대 속에서 떠오르는 삼삼하면서도 유려한 음향 풍경은, 작다는 핑계로, 그리고 저음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이 스피커를 함부로 내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해외여행을 하는 친구에게서 어느 날 날아든 외국의 독특한 풍광을 담고 있는 그림엽서 보는 듯한 음향이 대단한 매력적인 스피커가 바로 로저스의 LS3/5a이다.
간혹 서브우퍼를 장착하여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스피커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려면 원래의 스피커 그대로 듣는 것이 좋다.
Rogers Studio 1
추천인|박성수
한때 유행하던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용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영국 제품들이 백가쟁명의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로저스는 자신의 자리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메이커이다. 로저스에서 필자의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기기가 바로 스튜디오 1이다. 소형 기종으로 가면 LS3/5a가 있고 상위 기종 또한 즐비했지만, 1980년대 후반의 중급 오디오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스튜디오 1은 전체 시스템 가격을 많이 높이지 않으면서도 짭짤한 음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기라는 점에서 많은 애호가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쿼드, A&R 케임브리지, 네임 등과 같은 영국제 중급형 인티앰프, 토렌스·린의 중급형 레코드 플레이어, 보급형 CD 플레이어 등만 갖추면 이 스피커에서 나무랄 데 없는 음향을 이끌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1을 비롯한 로저스 음향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한 투명한 음향 무대, 말끔하게 다듬어진 선율선, 그리 강렬하지는 않지만 음악의 표정을 상큼하게 이끌어 내는 명료한 다이내믹 등이다. 1990년대 중반 필자는 한 음악 전문지에 이 스피커를 시벨리우스를 듣기 좋은 스피커로 추천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아도 스튜디오 1은 시벨리우스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음향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스피커이다.
한마디로 무엇 하나 빼고 더할 것이 없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와 적절한 깊이, 심도 표현 등을 보여 주는 스튜디오 1은 온도감이 그리 높지 않은 정갈한 음향을 선호하는 애호가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Sonus Faber Amati Homage
추천인|김주영·장현태
국내에 소누스 파베르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거의 10년 전의 일이다.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이 과르네리 오마주.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이 스피커는 작은 크기인데도, 소리를 들어 통의 크기를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거침없는 재생능력을 자랑했다. 과르네리 오마주의 등장은 가히 하나의 충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누스 파베르는 과르네리 오마주를 통해 본격적인 그들의 사운드 철학과 인테리어적인 감각을 돋보이게 하는 악기 마감기술과 가죽 기술을 선보였다. 북셀프형에서 과르네리 오마주사 핵심이라면 당연히 미들 클래스급에선 아마티 오마주를 떠올리게 된다.
아마타는 크레모나의 현악기 명문에서 이름을 받은 것으로 전면 배플은 천연가죽마감으로 마감하고, 위에서 보면 좌우를 활 모양으로 만곡시킨 두꺼운 판재를 겹쳐 쌓은 구조를 가진 인클로저와 전통 현악기 제작 수법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배면은 피아노 블랙 마감으로 WBT사제로 싱글 와이어 접속을 하도록 했으며, 저역용 유닛은 2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페이퍼에 카본 코팅을 하고 센터캡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다. 에이징 시간이 상당히 긴 스피커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연하고 생기가 넘치는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현악기에서의 윤기 있는 현의 질감이 가장 돋보이는데, 전작인 과르네리 오마주의 뒤를 잇는 거장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대편성에서의 밸런스가 특히 인상적인데, 웅장함과 함께 스테이지의 흔들림이 전혀 없는 특징이 있다. 단지 높은 능률에 비해 구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충분한 출력과 드라이빙 능력을 갖춘 파워 앰프와의 매칭이 요구된다.
Spendor S100
추천인|김주영·심재익 ·윤광준·이상훈
스펜더 사는 전통적으로 2웨이 스타일의 하이파이 스피커를 고수하여 왔는데 1970년대 초반에 발매된 BC3 모델을 기초로 SA3 모델을 거쳐 1989년에는 3웨이 모델인 S100을 완성하게 된다. 현재는 S100과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을 가진 SP100으로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우퍼 드라이버와 인클로저가 약간의 변형이 있었다고 한다.
S100은 앞면 크기에 비해 깊이가 43cm로 상당히 깊은 편이며,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유닛의 위치도 19mm 스캔스피크의 소프트 돔 트위터를 중심으로 하여 위에 6인치 미드레인지가 밑에는 12인치 베이스 드라이브가 장착되고 에어 덕트는 트위터 양쪽으로 2개가 위치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콘의 표면에 점성의 댐핑 재질을 붓으로 바른 흔적이 있는데 콘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도포방법은 근래의 스펜더 스피커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1992년에는 일본 오디오 잡지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는데 클래식 음악에 빠져 있던 필자도 그 즈음에 구입하여 쿼드 520 파워와 44 프리를 물려 트라이와이어링 방식으로 사용했는데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S100의 음색은 부드럽고 섬세한 고역과 훌륭한 해상도의 중역, 타이트하거나 긴장감을 주지는 않지만 꽤 깊고 풍성한 저역이 어우러진다.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한 음은 아니고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연주시간이 긴 대편성곡도 여유롭게 재생해 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운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S100의 진정한 매력이다. 30W 정도의 EL34를 채용한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도 고려해 볼 만하다.
Tannoy Autograph
추천인|김주영·박성수·윤광준·장현태
빈티지 탄노이를 대표하는 모델이 바로 오토그래프이지만, 필자 또한 오리지널 오토그래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정이 이런 만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오토그래프는 모두 국내에서 제작한 인클로저로 보아야 하는데, 인클로저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대단히 많다. 설령 코앞에 놓여 있다고 해도, 그 스피커의 인클로저가 어떤 재질의 나무를 사용한 것이고, 누가 조립한 것이며,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장착한 유닛이 무엇인가에 따라 오토그래프는 천차만별의 음향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티지 애호가에게 오토그래프는 특정 스피커를 지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토그래프라는 음향 극장 또는 음향 세계를 가리킨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오토그래프에 장착하는 유닛만 살펴보아도, 원칙적으로는 탄노이에서 제작한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유닛이면 모두 장착이 가능하지만, 오토그래프 애호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유닛은 모니터 블랙, 실버, 레드 정도이다. 그 뒤에 등장한 모니터 골드, HPD 385, K3808 등을 장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통 오토그래프라면 앞서 언급한 빈티지 유닛을 장착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유닛이 오래된 것인 만큼 유닛의 보존 상태와 성능에 따라 음향의 완성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오토그래프 특유의 백로드 혼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음향 무대와 이들 빈티지 유닛이 만들어 내는 음향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보고 나면 그 세계에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올바른 음향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애호가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아무에게나 권할 만한 스피커는 분명 아니다.
Tannoy Westminster Royal
추천인|류국일·신동휴·장현태
스피커 메이커를 꼽을 때 항상 머릿속에 맴도는 스피커 메이커가 바로 탄노이다. 이전의 오토그라프라는 전설적인 명기를 굳이 꼽지 않더라도 15인치 동축형 유닛을 연상케 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탄노이는 잠시 침체기를 거치다가 프레스티지인 GRF 메모리나 스털링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박스형 인클로저를 가진 스피커를 출시했지만 누가 뭐래도 프레스티지 최상급은 웨스트민스터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웨스트민스터는 거대한 체구도 체구이지만 전면의 프론트 혼과 마치 바이타복스의 CN191이나 클립시의 클립시혼처럼 후면으로 굽이쳐서 나오는 독특한 저역의 혼이 복합된 콤파운디드 혼이라는 인클로저 제작방식을 택했다. ‘그을린 은빛’이라는 비유어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현악기 재생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찬사와 더불어 현대 하이파이의 관점으로 저역의 반응이 더디고 곡에 따라서는 음상이 비대해지며 해상도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그 매력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웨스트 민스터 로열은 나름대로 기존의 약점을 보완하여 인클로저의 두께와 강성을 높이고 롤 에지에서 다소 하드한 콜루게이션 형 에지로 바꾸었으며 혼의 보호 덮개를 없애는 등 여러모로 개량한 가장 최신의 버전이다. 웨스트민스터 로열의 경우 저역이 기존의 웨스트민스터보다 더 단단해졌으며 탄노이 스피커의 본질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상도가 상승하여 보다 밝고 당당한 사운드를 내어준다고 생각한다. 골수 탄노이 팬이나 어떤 음악을 들어도 편하게 음악감상을 하시기 원하시는 중장년층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기품이 어려 있는 스피커라 생각한다.
Totem Model 1
추천인|김윤구·김주영·남상욱·신동휴·한창원
많은 개량이 이루어져 현재에까지 시그너처 버전이 있지만 토템의 모델 1은 작은 북셀프에서 자타공인 레퍼런스가 될 만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AE1의 경우 중용에서는 조금 벗어난 감이 있지만 토템의 모델 1은 필자가 최근까지도 북셀프에서 소리의 기준을 삼은 제품이었다. 크기는 작았지만 음장은 깊고 넓었고, 차갑지 않게 표현하는 해상력 등에서 동사가 이 제품을 위해 보인 노력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작은 우퍼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사운드.
다인오디오의 유닛이 비교적 몸풀기가 오래 걸려 구동이 어렵다는 평이 있으나 이는 에이징 시간이 길다는 것이지 소문처럼 살인적인 구동력을 요구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인티앰프를 가지고 있는 애호가들에게 이 스피커를 권하고 있다.
토템의 소리 성향은 이 모델이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동사의 실질적인 플래그십 모델인 윈드에서도 조금은 가녀린 소리로 여백을 표현하고 정확한 정위감으로 깊은 음장을 그려내는 동사의 성향은 모델 1과 동일선상에 놓인다. 이런 성향으로 토템의 애호가는 바꿈질 역시 토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고 시장에서도 흐름이 있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기기의 애호가들이 많아 중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고, 적당한 가격의 매물은 금새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본기와 인연이 없는 분들에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이 스피커를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는 무겁고 흔들림 없는 스탠드가 필요하다.
Wilson Audio System 5
추천인|박성수·장현태
윌슨 오디오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아도 맥스, X-1 그랜드 슬램, X-2 알렉산드리아 등처럼 공연장의 실제 연주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다이내믹 등을 지향하는 슈퍼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들이 즐비하지만, 한때 우리나라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와트/퍼피 스피커 시스템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윌슨 오디오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와트/퍼피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음향 패러다임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알려 주는 시금석 같은 존재였다. 한마디로 그것은 바로 ‘유리알처럼 투명한 입체적인 음향 무대를 기반으로 한 사진 리얼리티의 세계’가 오디오 음향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알리는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와트/퍼피 시스템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최근 새로운 음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버전인 와트/퍼피 7까지 진화해 왔지만, 여기서도 윌슨 오디오가 초창기부터 추구해 온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음향 패러다임’은 조금도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와트/퍼피의 음향을 두고 일부 애호가들이 정밀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생동감과 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다 정확하고, 보다 정교하며, 보다 투명한 입체적 이미지의 음향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음향 철학의 문제이자 취향과 선택의 문제일지언정,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보면 신형·구형에 관계없이 와트/퍼피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현대의 음향 패러다임의 선봉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Wilson benesch ACT one
추천인|남상욱·박성수·장현태
윌슨 베네시 사는 재미있게도 Wilson과 Benesch라는 성을 가진 두 여자와 결혼한 두 사람 Craig Milnes와 Andrew Scholey에 의해 만들어진 회사로 포뮬라 원 레이싱 카의 몸체로 사용되는 탄소 섬유를 재질로 여러 오디오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매우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성을 가지는 탄소 섬유는 오디오에도 높은 효과를 발휘해서 이들이 만든 턴테이블에서 이미 그 능력을 잘 보여 주었는데, ACT 1에서도 채용되어 아름다운 유선형 인클로저의 옆판에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자체 제작하는 미드와 베이스를 담당하는 택틱(Tactic) 드라이브 유닛 역시 독특해서 빠른 반응을 자랑하며 흔지 않게 배플 면을 합금으로 구성하여 강성을 강화,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하고 있다. 철저히 진동을 배제한 인클로저와 빠른 반응의 유닛 덕분으로 바로크 음악 재생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ACT 1은 잘 열려진 고역과 독특한 음색의 높은 중역을 바탕 삼아 현악기 재생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단 통울림을 배제하지만, 유닛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기에 깊이 떨어지는 저역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중역대의 밀도감이나 마치 정격연주를 위해 태어난 마냥 놀라운 해상력과 뛰어난 무대 표현능력으로 만들어내는 바로크 음악의 무대는 연주가 펼쳐지는 무대 정중앙에 서 있는 듯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즈의 재생 역시 뛰어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는 바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표현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200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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