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Nina Simone의 재즈를 좋아한다. 그 음악을 처음 듣게된 것은 뉴욕 맨하튼의 한 거리에서이다. 그것도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11월의 어느 한 때. 거리에는 코드깃을 한껏 올린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낙엽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인데, 아직도 낙엽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거리에서 듣게된 재즈음악은 지금도 듣게될때면 항상 그 장면과 그 분위기가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때의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을때면 언제나(차안에서든, 집에서든 상관없이) Nina Simone을 듣게된다. 필자가 사랑하는, 아끼는 오디오는 바로 십수년도 더 된, 마란츠와 탄노이의 조합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맛이 나는 그런 필자의 오디오는 Nina Simone를 들을때면 더없이 부드러워진다. 물론 세상에는 최고의 오디오들이 많지만, 오랜 세월의 정이 담긴 필자의 오디오는 아직도 거실의 훌륭한 연주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필자의 침대방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작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음악을 연주해 줄 그런 오디오를 찾아보게 되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이다.
물론 침대방에 잘 어울릴만한 뱅앤올슨을 떠올리겠지만 이번에는 보스에 눈을 돌려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 느낌이 왠지 필자의 침대와 잘 어울릴것 같았고, 93년도에 개발된 이 새로운 기술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64년도에 설립된 스피커 전문회사인(노래방을 가나, 카페를 가나 어디에서든 보스를 만날 수 있다!) 보스사는 미국의 MIT전기공학과 교수인 Amar G. Bose 박사에 의해서 설립된 회사이다. 그는 11%의 다이렉트 음향과 89%의 리플렉트 음향을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연주회장에서의 그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 오늘날의 유명한 보스 스피커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스사의 최종목적은 모든 사람과 어떤 장소에서든 음악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모든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이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실제로 이 기기를 통해서 그런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 1993년도에 개발한 Acoustic waveguide technology 라는 기술을 이용한 Wave Radio는 아주아주 깊고 풍부한 음향을 선사하는 멋진 기기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Wave Radio/CD는 이와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 CD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제품의 포장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다분히 미국적인(?)분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장에는 At Least One Belongs In Every Home이라는 다소 구호적인 말이 써있고(어떤 가전제품의 포장에서도 이러한 구호를 본적은 없다..)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면서 약간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주 간단한 포장, 심플한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부속물 그리고 색다른 느낌의 설명서는 과연 이 제품이 도대체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가를 더욱 궁금하게 해 주었다(사실은 별반 기대를 할 수 없었다)
Acoustic waveguide technology 라는 기술은 작은 면적에서 울림통의 역할을 하는 부분을 최대한 길고 크게 하면서 그 음을 보다 깊고 부드럽게 해주는 기술이다. 작은 본체에서 과연 이런 소리가 나도 되는 것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멋진 소리가 난다-라고 광고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보기 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Wave기술을 이용한 제품은 모두 3개가 출시되어 있는데 $500의 Wave Radio/CD와 $1,000의 The Acoustic Wave music System 그리고 예전부터 판매되고 있던 웨이브 라디오가 그것이었다. LA의 한 보스매장에서는 이 모든 제품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연되고 있었으므로 모두 한꺼번에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필자가 선택한 음악은 분위기에도 맞게 크리스마스음악들이었다. 빙크로스비의 화이트크리스마스나 내킹콜의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이 새로운 오디오로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약간은 뒤로 물러날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는 깊고 풍부하며 다이나믹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터치감이 좋은 스위치들은 매우“미국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버튼의 크기를 중요도에 따라서 다르게 한 점등은 이 제품이 원래 침대근처에 놓아두어 좋을만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들중 하나가 바로 침대곁에 두어 아침에 잠을 깰 수 있도록 해주는 라디오겸 알람시계인데, 이러한 기능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보스의 디자인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들어 각종 버튼들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다고 보는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게다. 최근의 디자인과는 많이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쩌면 웬지 불편한듯한(디자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느정도 감수를..) 최근의 디자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어도 좋을것 같은 그런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전 표현했듯이 이 제품도 알람시계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것이 버튼의 위치나 배열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오디오의 윗부분은 바로 CD가 들어가는 커버이다. 웬만한 오디오에서 대부분 프론트로딩이나 트레이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택했다는것은 어찌보면 우스워 보이기도 하지만, 자꾸 사용하다보면, 이처럼 실용적이고 솔직한 방식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고장이라곤 전혀 날것같지 않은 그런 분위기이다. 뒷부분에는 컴포지트 오디오 케이블과 FM안테나를 별도로 연결할 수 있는 잭이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겉으로 보이는 제품의 외관의 전부이다. 하지만 좀더 사용해보니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있게 되었다. 우선,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CD를 넣을때 별도의 힘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얹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아주 바랬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원을 넣으면, 처음에 기존의 볼륨을 기억하고 그 볼륨까지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도 아주 재미있는 발상인것으로 보인다. 오디오는 적당히 무거워서, 저음을 내는데 그 자체가 울림역할때문에 잡음이 섞이는 것을 최대한 보상하려는 개발자의 노력도 보였다.
백업용 배터리를 장착하는데, 이것은 알람이나 각종 기능들, 그리고 시간에 대한 메모리를 전원을 다시 넣을경우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9V의 배터리를 넣도록 되어있는데, 몇달간 그 기능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기능이나 내용에 관한 설명서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정교한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쉬운 기기이기도 하다. 제품이 과연 어디까지 고급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기의 마무리적인 부분을 말해보자면 100점만점에 100점을 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우 주관적인 점수이지만 특히 트랜디한 최근의 디자인에 반해 탄생한만큼 그 마무리는 아주 정교할만큼 깔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드시 필요해야 할것 같은 이 리모컨은 그 크기가 크레디트 카드와 완전히 똑같다. 두께는 두꺼운쪽이 약 1cm정도이지만 그 무게가 매우 가벼워 와이셔츠 주머니등에 넣어도 좋을만 하다. 카드사이즈의 이 리모컨은 어느 방향으로 사용을 해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품에는 별다른 팬등이 장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조용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해줄 만큼 정숙하다.(이점도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침대등에 놓일경우를 생각한다면..) 무엇보다도 이 제품의 멋진점은 바로 그 가격이 아닌가 싶다. $500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음질을 한번만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것은 그 음질과 느낌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음질이다. 몇가지 실험을 통해서 음질을 비교해 보았는데, 단단한 나무로 만든 바닥에 놓았을 경우와, 식탁이나 탁자위에 놓았을 경우, 그리고 카페트가 깔려있는 거실에 놓았을 경우 그 소리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지 아주 만족할만한 음질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이 제품을 만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작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때에 기대이상의 음질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필자는 분명 이 Wave Radio/CD로 음악을 들으면서, 삶에 휘둘리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음악의 진정한 효험이 아닐까?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