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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맨] 궁상맞던 시절의 오디오기기 - 인티앰프편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3. 2. 28.

천리안-하이파이클럽 / 뮤직맨 / 최인규님 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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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맞던 시절의 오디오기기 - 인티앰프편 
오늘은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이 눈물바다속에서 감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서울과 평양의 두 현장을 곁눈질로 보면서 이 글을 씁니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빛 바랜 옛날 사진들을 보며 오늘 3-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디오 이야기 보따리를 풀려고 하니 어쩐지 아련한 기분이 드는군요. 
음,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스테레오전축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돈푼깨나 있었던 분들은 독일제 지멘스, 그룬디히나 텔레푼켄의 전축 등을 사용했고 형편이 그저 그런 분들은 일제 내쇼날 등에서 나온 라디오 스테레오형 전축으로 음악을 들었지요. (요즘 이런 독일제 장전축에서 떼어낸 6.5인치 짜리 알니코 풀레인지 스피커들이 제법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대의 전축은 AM,FM 스테레오 튜너에 지금 보면 애들 장난감 같은 세라믹형 턴테이블을 달고 좌우에 6.5인치 정도의 스피커를 장착한 일체형 모습이어서 '오디오'라기 보다는 '가구' 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침대도 가구가 아니라고 우기는 이 시대에 어째 좀 웃기는 이야기죠?) 
나중에 국산(천일사-지금의 태광전자) 별표전축으로 가면 이러한 '가구분위기' 는 완전히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그냥 그 자제가 가구입니다. 호마이카칠을 아주 번쩍번쩍하게 해놓은 ... 
초창기 별표전축은 6v6 등의 진공관을 사용한 질좋은 제품을 내놓아서 사람들이 많이 구입을 했었는데 이 무렵 전축이라면 국산이던 외산이던 대단한 사치품이어서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 라는 것을 써오게 하면 꼭 들어가는 항목이었습니다. 
사실 그 시절 피아노와 전축이 모두 있는 집이라면 음대교수 집이던가 여관집이나 목욕탕집이던가 (그 시절엔 이런 집들이 부자집이었습니다) 어쨌든 동네에서 돈푼깨나 있는 집이었고 하물며 자가용이 있는 집이라면 거의 재벌집에 가까웠던 그 시절, - 그 때를 아십니까, 여러분? (^.^) - 그 때 제 일생의 목표가 커서 장가가면 꼭 이런 집으로 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가만있자, 뭔 이야기 하려다가 삼천포로 빠졌나요 ?!@#$% 
음, 어쨌건 제 요지는 이겁니다. 오디오 초창기에는 다들 일체형으로 음악을 들었다 이겁니다. 즉 요즘같이 파워 앰프, 프리 앰프, 튜너, 그리고 CDP등 각종 소스 기계들.. 그리고 각종 고가 인터 케이블에 심지어 전원케이블까지 입맛에 맞춰 쓰는 요즈음에 비하면 정말 단순했던 시절이었죠. 문자 그대로 'Plug-in and Play'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세월이 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오디오욕구가 점점 Up되어서 결국 1970년대에 가면 분리형 아니면 아예 하이엔드축에 낄 수도 없는 시절이 다가오게 됩니다. 다만 이 시절의 하이엔드는 그야말로 집 한 채 값에 상당하는 투자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종의 환상이었죠.. 
따라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All-in-one의 리시버로 음악을 즐겼고 오디오 메이커들도 이런 점을 착안해서 품질과 디자인을 개선한 리시버를 속속 선보였고 이런 조류를 무시한 미국의 오디오 회사들은 하나 둘씩 멸망의 길을 가게 됩니다. (스코트, 피셔, 다이나코, 셔우드 등등) 
그래서 1970년대는 아마도 '스테레오리시버의 전성시대' 로 기억될 것입니다. 예컨대 1975년에 나온 마란츠의 2275, 2325 리시버나 1978년에 나온 마란츠의 (물론 일본 마란츠입니다) 2285, 2330은 지금 보아도 만듬새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켄우드나 파이오니어, 산수이의 리시버들도 나름대로 인기를 얻었지요..    
그러나 사람들의 욕구는 역시 분리형 비슷하게 가고 싶은 건가 봅니다. 리시버로는 뭔가 성이 안차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디오 메이커는 리시버에서 튜너기능을 분리한 Integrated형 앰프를 많이 내놓게 되었습니다. (인티앰프는 프리메인앰프 라고도 하지요)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거의 모든 메이커가 리시버를 포기하고 매년 신제품 프리메인형 앰프를 선보이게 되었고 그 결과 1970년대가 주로 '리시버의 전성시대' 였다면 1980년대 중반까지는 '인티앰프의 전성시대' 가 됩니다. 
198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인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나 소나, 심지어 싸구려 국산 Component 모델까지도 분리형(파워, 프리, 튜너) 앰프 모델을 만들어서 거창하게 기기 단수만 늘리는 수법으로 소비자들 특히 신혼부부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특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죠) 이 시점이 바로 오디오업계가 골로 가버리게 되는 계가가 되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칼한 일입니다. 
하긴 이 시절에 만든 분리형 오디오치고 국산이거나 일본산이거나 제대로 중고시장에서 살아 남아 유통되고 있는 제품이 없다는 것을 보면 제 말씀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내구성이나 성능면에서 이전의 인티는 물론 10여년전의 리시버보다도 형편없는 제품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요즈음 다시 인티앰프의 장점을 알아차린 오디오 업체들이 다양한 인티앰프를 선보이고 있고 그중에는 제프롤랜드의 콘센트라나 그리폰의 타부, 파토스의 Twin Towers 그리고 크렐의 KAV500I 등과 같은 고가의 인티까지 선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뭏튼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 해 드리고 싶은 건 이겁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만들어진 인티앰프 중에는 정말로 장인정신으로 잘 만든 제품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특히 요즘같이 컴퓨터용 앰프를 많이 사용하는 시점에서 구형이지만 이런 옛날 인티앰프들을 구해서 싼 국산 스피커에 연결하시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재미를 만끽하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이 시절에 나온 인티앰프중 지금 중고로 구해서 사용해도 컴용은 물론 오디오적으로 크게 손색이 없는 제품을 몇 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휴우, 본론까지 오는데 너무 길었군요) 


(1) 마란츠의 Model 1250 인티앰프 
사실 일본 마란츠는 리시버로 명성을 얻었고 실제로 분리형보다 리시버의 성가가 워낙 높아서 인티앰프는 오히려 지금 중고시장에 구하기 힘듭니다. 특히 2325나 2330, 2285등의 리시버 명기들과 비교할 만한 인티는 거의 없습니다만 이 1250인티는 이러한 리시버들의 성능을 능가하는 제품입니다. 유명한 프리앰프인 마란츠7의 패널을 답습하고 슬라이드식 톤 컨트롤 (고음, 중음, 저음) 과 우수한 포노단, 그리고 막강한 스피커 구동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인데 사실 일본산이라기 보다는 미국산에 더 가까운 거의 마지막 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마란츠 특유의 둔탁한 중저음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도 상태좋은 1250은 60-70만원 이상에 거래가 될 정도로 찾는 이가 많은 인기품입니다. 


(2) 마란츠의 PM-8Mk2 
1980년대 마란츠의 최고 인기품목이었던 SM-9(파워), SC-9(프리)시리즈 (골든시리즈라고 하지요)를 인티로 묶은 것인데 채널당 실효출력이 150와트이고 출력대역폭이 요즘의 앰프만큼이나 넓어서 상당한 수준급 소리를 재생해 준 제품입니다. 인티치고는 무게가 27.5Kg이나 나가는 점과 마란츠 특유의 우드케이스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 인티중의 인티입니다. 
MM카트리지는 물론 MC카트리지의 경우 임피던스를 카트리지 종류별로 조정할 수 있는 스위치를 배치시키고 있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도로 극대화시킨 명품이었죠. 1984년에 120만원 정도했었던 이 기계는 (매킨의 MA6200이 190만원 이었으니 일제치고는 엄청 비싼 인티였죠) 아깝게도 지금은 중고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돼서 정말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가다 눈에 띄면 바로 사고 싶은 인티 중의 하나랍니다. 


(3) 매킨토시의 MA 6200 
전작인 6100의 출력을 더 키우고(채널당 45와트에서 75와트로) 디스토션과 주파수대역을 월등히 개선시킨 제품으로 사실 매킨토시 사상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던 단품이었습니다. 특히 요즘의 매킨 프리에서도 볼 수 있는 5밴드 이퀄라이져를 택한 것 등 지금 들어도 정말 잘만든 인티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워낙 내구성으로 정평이 나있는 매킨인지라 아직도 대부분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인티는 샵에서 120만원정도의 고가로 팔리고 있습니다. 신형인 MA 6800 인티 중고가 270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볼 때 6200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예입니다. 
(참고) 크기 406 * 138 * 330 (WHD), 무게 13.6Kg 
(4) 온쿄의 A-820GTR 
ONKYO라면 워낙 AV서라운드로 유명한 메이커여서 젊은 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이 인티는 실제로 보시거나 사용해 보신 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겁니다. 사실 1970-1980년대 사이에는 마란츠가 이 나라의 대중오디오계를 꽉 잡고있어서 다른 메이커들이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란츠의 다소 쇳소리나는 둔탁한 중저음과 흐릿한 고역이 영 클래식 듣기에는 잼병이라고 생각한 오디오팬들이 대신 많이 찾은 브랜드가 2개 있었으니 이름하여 '야마하' 와 '온쿄' 였습니다. 
야마하는 Natural Sound라는 슬로건으로 그리고 온쿄는 Integra라는 브랜드로 보다 고급 인티앰프의 수요를 잠식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온쿄의 820GTR은 상당한 수준으로 잘 만든 일본제 인티로서 본 고장인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의 인기를 누리다가 나중에 820RS라는 후속모델로 이어진 후 단종된 제품입니다. 
DC서보형 앰프로서 종래의 인티들과는 다른 명료하고 하이 스피드한 소리를 내주어서 클래식 퍈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었는데 1984-1985년경 75-80만원정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구하기가 조금 힘든 제품인데(있다면 40-50정도???) 채널당 120와트의 출력에 마란츠보다 뛰어난 MM,MC포노단을 갖추고 있고 무게가 무려 23Kg이나 되는 고급인티앰프였습니다. (저는 오디오의 품질은 무게에 비례한다고 믿는 촌놈중의 한 사람입니다) 
제가 미국유학가기 직전까지 애용하던 인티여서 애착이 가는 제품이며 특히 전원스위치를 누르면 투명한 아크릴 스위치가 릴레이가 작동하면서 붉은 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는 모습은 아주 매혹적이었습니다. (색깔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군요.. 주황이었던가??) 
휴우... 힘들군요... 오늘은 이만 써야겠습니다. 계속하자면 밑도 끝도 없을 둣 해서요... 자아, 오늘의 뮤직맨의 결론은 이겁니다. 
잘 고른 인티 하나 열(10) 분리형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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