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인티 앰프

레가 미라 앰프 ( 크릭 5350 , 아캄 A85 , 데논 1500AE )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5. 2. 23.



레가 미라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하드웨어리뷰 2006/07/21 22:54 Posted by hifinet

한준희(karl1976@hananet.net) 2002-09-01 09:48:49 


스펙 


60W RMS per channel into 8W 

Remote control of all functions 

6 inputs: Phono, CD, Tuner, Line1, Line2 & Tape loop 



레가사 홈페이지 http://www.rega.co.uk 

수입원 한오디오 (02-355-2176) 

실구입가격 120만원 



들어보기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들어보면 베이스드럼이 꽤 묵직하게 들린다. 하지만 드럼의 타격음이 다음에 이어지는 베이스음까지 길게 끌려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훌륭한 과도응답을 지닌 시스템이라면 베이스드럼의 힘찬 타격음에 이어 북소리의 울림이 점차적으로 재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묘사되고 그 다음에 베이스 기타가 등장한다.  여기서 감상자는 힘과 리듬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미라2000(이하 미라)으로 들으면 무게는 충분하지만 소리가 길게 끌리는 것이 감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풀어지는 저역은 아니기 때문에 복잡하거나 빠르지 않은 저역의 표현에서는 박자를 묘사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오히려 기술한 특성 덕에 저음이 두께있게 들리기도 한다. 예컨대 드럼과 베이스 파트가 빠르지 않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벼운 팝이나 느린 템포의 독주, 소편성에서 그러했다. 하이엔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기대수준을 낮춰 본다면 리듬과 힘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노련한 튜닝이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골든베르그 변주곡에서는 왼손으로 짚는 타건의 울림이 곡의 무게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으며 부드럽게 악구가 진행된다. 한편, 피아노 현의 미묘한 떨림이나 악기가 놓인 공간의 홀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곡 자체의 느낌을 전달하는데는 문제 없었으며 부드럽고 편안하게 음악이 전달되었다. 피아노의 음색은 실제 소리보다 다소 무디게 재생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녹음된 정보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보다는 주어진 한계 내에서 적당한 균형으로 음악을 들려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편, 음상이 커다랗게 묘사되는 편인데 냉정히 말해 포커스가 흐려져서 번진다. 피아노 건반이 무척 크게 묘사되고 서로 중첩되어 모호하게 들린다. 또한 무대가 좁고 평면적이어서 악기의 수가 조금만 많아져도 빈자리 없이 빼곡히 악기들이 들어차서 뒤섞이게 된다. 그런 만큼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듣는 것은 무리이며 악구의 다채로운 표현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포커싱이 흐릿하다거나 무대가 좁다는 것은 저가격대의 앰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문제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를테면 아캄의 알파9은 음상이 다소 번지는 느낌이 있지만 무대가 넓게 펼쳐져서 시원스런 인상이고, 린의 클라식은 무대는 좁지만 레이어링이 우수하고 여백이 깨끗하다.(진동 대책만 신경 써준다면 의외로 넓은 무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점에 있어 미라는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봐야겠다.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감상을 얘기해보자. 현은 두께가 있으며 부드럽고 풍성하다. 이미 지적한대로 포커스가 흐릿하고 디테일이 생략되어 들리지만 대신 하모닉스는 자연스러운 편이다. 악기의 수가 많아질 때 혼잡스런 느낌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여러 악기가 믹스되어 하나로 어우러지는 느낌을 전해주는 편이다. 현악곡의 특성상 포커싱의 문제는 크지 않았다. 또한 비좁은 무대에도 불구하고 멜로디 라인이 배경 악기에 의해 방해받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는데 중역대에 무게 중심이 실린 음색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비단 현악 협주곡 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장르의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미라를 통해 음악을 듣다보면 멜로디 라인이 부각되고 나머지 악기들은 배경으로 깔린다는 느낌이 든다. 레베카 피죤이나 다이애나 크롤 등의 보컬곡을 듣다보면 이런 느낌이 더욱 강화된다.  어쿠스틱 기타나 베이스, 백코러스가 디테일하게 묘사되기 보다는 보컬에 집중하게 만든다. 백코러스는 말 그대로 뒤로 물러나고, 보컬 곡에서 악단의 연주는 “반주"가 되는 듯 하다. 요컨대 위아래로의 확장성은 부족하지만 안정감을 주는 음색이다. 이런 특성은 음반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편성 클래식 위주로 음악을 듣는 분이라면 최소한 거슬리지 않게 해주는 미라의 음색에 호감을 느낄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느낌 역시 장르를 제한하고 얘기해야 마땅하다. 응답이 둔하고 여백이 깔끔하지 못하기 때문에, U2나 Radiohead같은 락 음악을 재생하면 어수선한 느낌이 들어 음악에 집중하기 어렵다. 


대편성 교향곡을 재생해보면 이 제품의 단점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바도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들어보면 다양한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속도감, 다채로운 느낌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밋밋하게 늘어진다. 또한 스테이지 이미징이 넓지도 깊지도 명료하지도 않기 때문에 여러 악기가 등장할 때는 소란스럽게 되어버린다. 저역의 추진력이 부족하여 맥이 풀려버리는 느낌도 지적사항이다. 금관악기가 멀게 들리며, 역동적으로 곡의 진행에 뛰어들지 않는 점은 음색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스피커 구동 능력에 있어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파비오 비욘디의 바흐 바이올린 모음곡을 들어보면 필자의 에포스 스피커를 충분히 구동하지 못해서 고역쪽으로 쏠린 소리가 난다. 혹시나 해서 aad C-200 스피커나 KEF Q1으로 확인해 보면 분명 풍성한 음색이며 이 대목은 구동력의 문제가 맞다. 에포스 M15는 그다지 구동이 어렵지 않은 제품으로 염가의 사이러스2 앰프로도 시원스럽게 구동되었고, 크릭 4330SE으로 만족스럽게 울렸다는 외지의 리뷰가 있는 만큼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저역이 싹둑 잘려 나갈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지만 음계가 내려감에 따라 머뭇거림이 심해진다. 아바도의 베토벤 교향곡 총주시에도 그랬고, 마찬가지로 소니 롤린스의 색스폰 콜로서스를 들으면 베이스의 낮은 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불분명하게 들린다. 약간 의아스러운 대목인데, 다인오디오의 1.3mkII를 스피커로 사용한 전작 미라에 대한 호의적인 리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필자가 비교대상으로 삼은 사이러스2에 다인오디오의 오디언스52를 연결하면 저역이 아예 싹둑 잘려서 낮은 음이 들리지 않는다. C-200, Q1에서는 구동력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매칭 


상술한 특징들은 연결되는 소스 기기의 특성에 따라 편차를 보일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테스트 목적이 아닐 때는 주로 크릭 T43 튜너에 연결하여 클래식 방송을 시청했는데 CDP보다 디테일은 모자라지만 어두운 배경과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듣기 좋은 편이었다. 재밌는 점을 들 수 있는데, 크릭 튜너와 연결하여 내는 소리는 필자가 평소에 5350SE를 통해 듣던 소리와 닮아 있다. 반면에 스텔로200SE의 생동감있고 디테일이 풍부한 소리는 미라를 통하면 전혀 딴판으로, 오히려 막대한 정보량을 소화하지 못해서 버거워 하는 인상이다. 자기 소리를 주장하는 앰프이며 해상력이나 투명도에 결함이 있다. 시스템의 목표는 제한되어 있으며 차분한 음색의 영국제 기기를 연결하여 소편성류를 듣는 정도에 적합할 것같다. 


크릭 튜너와의 매칭은 여러모로 레가 플래닛 CDP와 비슷한 인상이며, 베스트 매칭이라고 할만 했다. 크릭 T43 튜너 + 레가 미라 + 에포스 M15의 조합은 스피커 구동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은 점을 제외하면 훌륭했다. 수차례 들어서 익숙한 (구형)플래닛 CDP, (구형)미라, 아라/알야의 레가 풀시스템과 비슷한 인상이다. 미라가 마음에 드는 분이라면 레가의 CDP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보다 저가형에서 찾는다면 캠브리지 제품이 우선 떠오르고 마란츠의 CDP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리뷰 기간동안 사용한 세가지 스피커 중에서는 차분한 음색을 가진 에포스 스피커가 가장 잘 어울렸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레가의 스피커와는 더욱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C-200, Q1에서는 배경이 깔끔치 않고 고역의 음색이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특히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심벌즈가 유난히 튀는 편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 착색이다. 이 대역의 착색은 현악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는데 필자로선 내키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현악곡에 한정하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본다. 좋게 얘기하면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포스 스피커에서는 학습 효과 때문인지 시청 초반엔 거슬렸지만,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점은 레가가 추구하는 음색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레가의 저가형 제품의 약점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예컨대 브리오 앰프나, Ear 헤드폰 앰프에서도 비슷한 착색이 있지만, 플래닛 CDP나 상급의 분리형 앰프에는 없는 특징이다.  



만듬새와 조작성 


두가지 점을 지적해야겠는데, 볼륨 콘트롤이 무척 불편하다. 볼륨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리모콘으로 조작하면 단 서너번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음량이 될 정도다. 감도가 높은 C-200, Q1에선 볼륨 콘트롤이 더욱 성가시게 느껴졌다. 손으로 조작하더라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후면의 스피커 터미널도 불만 사항이다. 한조씩만 있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정도라 하더라도, 단자 간격이 촘촘해서 스페이드 단자를 끼우기가 어렵다. 억지로 끼운다고 해도 단자끼리 겹쳐서 쇼트가 날까 걱정스럽게 된다. 따라서 스페이드 단자를 겹쳐서 사용하거나 바나나 단자와 스페이드 단자를 동시에 이용해서 바이와이어링하는 것 모두 어렵다. 필자는 할 수 없이 별도의 점퍼선을 이용해야했다. 동료 필자분의 평을 빌리자면, 벌크 타입의 막선으로 싱글 와이어링하는 것만을 생각한 듯한 만듬새로 레가사의 폐쇄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아쉽다. 


방열판을 밑으로 향하게 한 점은 참신한 아이디어같다. 보통 CDP나 튜너의 깊이가 앰프보다 얇은 편인데, 기기를 겹쳐서 사용하는 분이라면 설치가 편리할 것이다. 방열 대책에 고심하는 분이라면 BDR콘 등을 사용해서 밑면과의 간격을 벌려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맺음말 


필자는 미라를 들으면서 유니슨 리서치의 유니코i, 아캄 A85를 자꾸만 떠올리곤 했다. 이 두 제품은 저역의 양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외에 모든 면에서 미라보다 우월했다. 또한, 저역이 풍성한 스피커와 매칭한다면 이러한 단점은 가려진다. 5350SE와 비교하면 나은 점은 전혀 없었다. 미라가 장기를 발휘하는 소편성이나 독주곡에 있어서도 크릭 앰프의 매끈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5350R과 유니코i를 100만원대 초반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천대상에서 제외하고 싶다. 미라의 차분한 음색이 마음에 든다면, 약간의 비용을 더 치루고 아캄 A85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대에서 덴온의 1500R같은 제품도 있다. 


최근 들어 100만원대 초중반의 일렉트로닉스 제품들은 수준이 무척 향상되어 200~300만원대 제품들과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체로 한두가지씩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적절한 매칭을 통해 하이엔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뒤떨어진 모습이다.  



사용기기 


CDP : 에이프릴 스텔로200SE 

DVDP : 아남 ADVD-6000 

튜너 : 크릭 T43 

앰프 : 크릭 5350SE, 미션 Cyrus2+PSX 

AV리시버 : 야마하 RX-V620 

스피커 : 에포스 M15, aad C-200, KEF Q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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