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 칸 이야기는 굉장히 완벽한 드라마 웹툰 작가들, 그림에 너무 신경 안 쓴다 제자 윤태호, 요즘 인기 많아서 기분 좋다 들어는 보았나? ‘말무사’. 허영만의 신작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의 줄임말이다. 제목에 ‘칭기스 칸’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아무래도 독자들의 호기심이 줄어들 것 같아 허영만이 고심 끝에 지은 제목이다. 만화가 허영만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30여 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그의 취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 | 엄지혜 기자 사진 | 김장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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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 칸은 ‘창작의 여지가 많은 인물’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다음 웹툰에서 2년 동안 연재한 작품이다. 10년에 걸친 사료 조사와 20,000km의 현장 고증을 거쳐, 칭기스 칸의 탄생부터 몽골 제국의 군주가 되기까지의 일생을 담았다. 오래 전부터 칭기스 칸에 대해 매력을 느꼈던 허영만은 마지막 역사극을 쓴다는 마음으로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그렸다. 자료수집을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고, 몽골 초원을 그리기 위해 몽골을 세 차례 방문했다. 역사극은 현대극 보다 손이 더 많이 탄다. 1만 명이 싸우는 전투 장면을 그릴 때 최소 100명은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허영만은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그리면서 “소설가가 될 걸 왜 만화가가 됐을까 후회했다. 소설가는 대사 한 줄이면 되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수년 전 『식객』 연재 중 머리도 식히고 구상 중인 작품 ‘칭기스 칸’ 취재를 겸해서 겨울 몽골을 방문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몽골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던 터라 기본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가지 마”. 이유는 추위와 황무지, 두 가지로 압축됐다. 몽골의 겨울은 영하 25도는 우습게 생각될 만큼 강추위가 계속되고, 폭설로 인해 초원이 하얗게 변하는 탓에 울란바토르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이동의 어려움도 문제라고 했다. 작품에 들어가면 몽골의 4계절을 그려야 하므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결국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로 했다. 그것이 고생의 시작이었다.”(허영만의 몽골일기 中)
10년 전부터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기획한 걸로 안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인가. 칭기스 칸이라는 인물에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칭기스 칸 이야기는 굉장히 완벽한 드라마다. 예전부터 칭기스 칸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있어 조금씩 자료를 모으다가 『식객』이 끝나기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칭기스 칸의 매력은 ‘작은 몸집인데도 어떻게 서양인에게 맞설 수 있었을까’하는 점과 ‘통신기능이 없었던 때에 어떻게 그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에서다. 전쟁하는 과정에서 말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며,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일이 일어났을 텐데 어떻게 정복이 가능했을까. 또 땅이 워낙 넓으니 통치도 제대로 안 됐을 텐데, 반항을 하면 싹 다 죽여버리고 항복을 하면 그 사람들의 종교와 문화까지 모두 인정하는 유화정책을 펼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몽골을 세 차례 방문했다. 몽골의 겨울은 무척 춥기로 유명한데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몽골의 겨울 날씨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내가 웬만한 산악지대의 추위도 잘 이겨냈는데 몽골에서는 정말 발이 너무 시렸다. 한국에서 좋은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소용이 없어서, 몽골 사람들이 신는 긴 부츠를 사 신었다. 몽골의 초원을 봤을 때는 정말 변한 것이 별로 없어, 과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시대를 증명해줄 유물을 찾는 건 정말 어려웠다. 칭기스 칸 박물관에 갔는데 말 발굽 하나 있지 않았다. 상당히 큰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외관에 칭기스 칸 동상 하나 걸려있을 뿐, 제대로 된 지도조차 찾기 힘들었다. 아무리 유목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남겨 놓은 게 없을 수 있나, 뭘 어떻게 그려야 할 지 막연했다. 몽골에서는 사진집을 50권 정도 샀고 자료집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샀다. 그 옛날 복식문화를 알 수 없으니 중간 시대의 복식 사진을 보면서 추정을 해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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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칭기스 칸에 대한 책을 읽다가, “칭기스 칸은 평생 전쟁을 하면서 전쟁터를 떠나본 적이 없다. 평생 말에서 내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한 줄이 뇌리에 꽂혔다. 이거다 싶었다. 책 제목에 칭기스 칸이라는 이름을 넣으면 독자들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쉽게 파악하겠지만, 책을 집을 것 같진 않았다. 지금까지 칭기스 칸에 대한 수없이 많은 책과 영화가 나왔는데 재탕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로 지었다. 인터넷에서는 ‘말무사’로 이름을 아예 정해버린 것 같다.
국내 도서 중에도 칭기스 칸을 다룬 책이 많은데, 도움을 받은 책이 있나.
김종래 씨가 쓴 『CEO 칭기스 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칭기스 칸 이전 시대까지는 글이 없었으니 전부 구전되어 기록된 거라 역사책을 보면 년도가 안 맞는다. 역사극을 쓸 때는 고증이 필수인데, 칭기스 칸의 경우에는 기록된 역사가 적어 만화가들이 창작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이야깃거리를 보는 눈, 찾는 눈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화실 문하생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연재가 불가능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칭기스 칸 생의 대부분이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활동 범위가 지극히 넓은 탓에 배경과 등장인물이 자주 바뀌는 문제가 큰 부담이 됐다. 이를 예상하고 연재 전 합숙 훈련을 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으나 연재가 거듭되면 될수록 화실 문하생들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물 잉크 작업을 하는 정세진 군은 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수술까지 받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대규모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말과 군사들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하는 탓에 펜을 쥔 손가락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작품 후기 中)
이번 작품은 『각시탈』, 『쇠풍소』 이후 30년 만에 내놓은 역사만화다. 역사극은 쉽게 선택할 소재가 아니다. 취재 기간도 현대극에 비해서 훨씬 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역사극을 쓸 계획이 있나.
칭기스 칸 이야기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소재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그리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현대물도 그릴 거 많으니까 역사극은 다시 안 그릴 작정이다(웃음).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그리면서 소설가가 될 걸 하고 후회했다. 만화는 1만 명이 싸운 전투를 그릴 때 적어도 최소 100명 정도는 그려야 한다. 하지만 소설은 그냥 1만 명이 싸웠다고 쓰면 그만 아닌가. 역사극은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역사를 고증해야 하니 젓가락, 숟가락 하나를 그릴 때도 조심 해야 한다. 머리 아프고 신경 쓰인다. 문하생 네 명이 이번 작업을 함께했는데, 인물 그리는 친구만 매일 늦게까지 남았다. 매일 밤 ‘이 친구가 내일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결국 류마티스관절염에 걸리고 치질까지 도졌다. 나중에는 미치려고 하더라. 맛있는 거 사주면서 조금만 더 참자고 했다. 그게 참 힘들었다.
힘든 만큼 뿌듯한 마음이 두 배가 되지 않나.
물론 뿌듯함도 있다. 애쓰는 만큼 독자들이 만화를 보면서 ‘장관이다’라고 감탄을 해주면 기분 좋다. 하지만 그리는 공에 비해서 효과가 적은 것 같다. 영화는 등장인물이나 사물이 움직이지 않나, 만화는 정적이고…. 만화는 영화보다 감동을 주기가 어려운 매체다.
문하생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인가.
사극을 그릴 때는 칼에 닿으면 막 베일 것 같은 기분이 들게 그리고, 전쟁만화를 그릴 때는 총을 잘 그려야 하고, 음식만화를 그릴 땐 정말 먹고 싶게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예전부터 말을 많이 그렸는데, 요즘 아이들은 말을 그려본 적이 없다. 네 다리를 가진 동물 하나만 잘 그릴 줄 알면, 뼈 구조를 조금만 바꿔 기린, 코끼리 다 그릴 수 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말 그리는 작업만 4개월 동안 했다. 말을 타고 전쟁하는 만화니까 말을 잘 그려야 한다. 말을 못 그리는 작가들은 맨날 앞모습만 그린다. 그 밑은 못 그리니까 가슴 위만 그리는 거다.
문하생이었던 작가 윤태호가 『미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자의 성공을 봤을 때 뿌듯하겠다.
물론이다. 인기 많아서 기분 좋다. 『미생』은 한꺼번에 몰아서 봤다. 재밌더라. 한 달에 한 번씩 화실 출신 제자들을 만난다. 그 전에는 맨날 내가 술값을 내야 했는데 요즘엔 애들이 걷어서 낸다. 그거 굉장히 기분 좋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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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게 너무 많다. 소재의 한계는 없다!
『꼴』, 『식객』, 『타짜』, 『비트』, 『미스터Q』, 『각시탈』 등 허영만의 작품 이야기를 끝내려면 일주일도 모자라다. 태껸, 권투, 골프, 바둑, 야구, 관상, 음식, 패션 등 그의 펜에서는 늘 새로운 이야기가 창조된다. 허영만은 아직도 “그릴 게 너무 많다. 소재는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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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http://ch.yes24.com/Article/View/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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