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입문/이론

풀레인지 스피커란?(유닛 한 개 스피커)

AdultKid(오디오/스피커) 2012. 1. 20.

풀 레인지 스피커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full range speaker'라는

영문 그대로, 스피커 유닛 하나가 전 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커버하는 스피커의

한 형태를 말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스피커를 구성하는 유닛이 달랑 한 개이고,

이것이 저음이든 고음이든 포치고 장치고 혼자 다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에 수반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단점으로는 저음이

다소 모자라고 고음역도 인간이 듣는 가청주파수를 제대로 다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풀 레인지 스피커로 많이 사용하는 직경 약 8인치 정도되는 유닛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대체로 저음은 40헤르츠부터 고음 15000헤르츠까지의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것도 사실상 스피커가 반응을 하는 대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이 보다 훨씬 좁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서 소리가

고르게 들리는 주파수 대역은 소리의 감쇄(롤 오프)가 없는 음역인데 아마도 8인치

유닛이라면 저음은 100-200헤르츠, 그리고 고음은 10,000-12,000헤르츠 정도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초고음도 안나오고 초저음도 안나오는 꼴 나게 생긴 스피커를 찾는

것일까? 하지만 풀 레인지 스피커는 역설적으로 대역 폭이 좁은 그 맛이 풀 레인지

스피커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풀 레인지 스피커는 중음 음역이 다른 음역 보다 상당히

밀도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당연히 중음 음역이 다른 대역 보다 주파수 특성도

우수하다. 이런 물리적 특성 때문에 초저음부터 초고음까지 주파수 특성을 평탄하게

보정한 일반 스피커에 비해서 사람의 목소리, 피아노 소리, 현악기 소리, 그리고

소편성 음악에서는 그 질감과 사실성 표현이 월등히 뛰어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이 편안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귀에 거슬리는 초고역이 안나오고

땅바닥을 부르르 떨게 하는 초저역이 안나오니 신경도 안쓰이고, 또 중음 대역에 몰려

있는 소리도 결 곱고 예쁘장하게 톡 튀어나오니 아주 편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2웨이 3웨이 스피커의 경우, 저음은 우퍼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굵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고음은 튜이터와 같은 극소형 유닛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아주 가늘어진다.

따라서 고음과 저음 등이 많이 변하는 음악에서는 아주 짜증이 날 정도로 가늘어졌다가

굵어졌다가 하는 등 소리의 윤곽이 확확 달라진다. 이에 비해 풀 레인지 스피커의 경우

초저음과 초고음의 손실은 다소 있을지라도 나머지 전 대역에서 소리의 질적인 일체감과

동질성은 아주 자연스럽고 뛰어나다. 즉 음색의 통일성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 대편성의 음악이나 저음역 비트가 강한 팝송 등에서는 또 상당히 헤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스피커의 특성 때문에 애호가들은 풀 레인지 스피커를 대체로 서브 시스템으로

가지고 싶어한다. 대편성이나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을 때는 일반 스피커를 사용하고,

성악, 실내악, 독주곡, 발라드 등의 음악을 들을 때는 풀 레인지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정이 내려앉을 정도로 두들겨 부수는 대편성이나 강한 비트의 음악을 날이면

날마다 듣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은 오래 듣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다면 실제로 단위 시간으로 보아서 풀 레인지 스피커를 훨씬 더 많이 듣게 되는 것이다.

2.

풀 레인지 스피커의 유닛 크기는 15인치-18인치 등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풀 레인지

스피커로부터 4-5인치의 아주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풀 레인지 스피커까지 천차만별이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사이즈는 8인치 언저리의 스피커가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이렇다. 대형의 유닛은 저음이 많이 나오는 반면 고음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형 유닛은 고음의 반응은 좋지만 역으로 저음이 현격하게 적다. 즉 소리의 밸런스가

깨진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풀 레인지는 대개 얇은 종이로 된 콘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형의 경우 콘지가 분할 공진하는 약점도 있다. 또 소형의 경우에는

아예 저음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마치 코먹은 스피커처럼 들리기도 한다.  적정 상태의

유닛 크기가 8인치 정도라는 생각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때문에 유닛의 크기가 8인치 보다 훨씬 큰 풀 레인지 유닛들은 그것이 설령 풀 레인지

스피커라고 할 지라도 2웨이 또는 3웨이 스피커의 저음용 우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빈티지 스피커 유닛 가운데 명기 중 하나로 꼽는 클랑필름 KL41009, KL-L405, KL-L406

등의 15인치 유닛은 본래 풀 레인지 이지만 2웨이로 구성된 유러딘이란 스피커의 우퍼로

사용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하겠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 얇은 종이

콘지에서 나오는 저음은 멍청하지 않고 반응 속도도 대단히 빠를 뿐 아니라 늘어지거나

너무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다. 

8인치 보다 비교적 작은 4인치 내지 6.5인치 풀 레인지 유닛들은 전문 음악용 유닛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고, 주로 과거에 사용하던 릴 데크 또는 소형 라디오에 내장되었던 것이다.

이것들은 아주 생긴 것만큼이나 소리가 아름답고 앙증맞아서 취침용 스피커로는 그만이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한번 재미삼아 스피커로 만들어 볼만하다.

스피커의 모양도 크기만큼이나 다양해서 유닛의 기본형인 원형을 제외하고도 타원형,

사각형, 8각형, 자석이 콘지 앞으로 돌출된 역상형, 콘지가 이중 삼중으로 붙여진 더블콘형,

트리플콘형 등 특이하게 생긴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중에 좌우간 모양이 희한하다 싶은

것은 오래된 것이다. 타원형은 주로 독일계 소형 풀 레인지 유닛에 많다. 미국에서 발매한

50-60년대 라디오나 전축에도 타원형 유닛이 들어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들은 주로 독일의

도르트문트 유닛을 OEM으로 납품 받아서 넣은 것이 많다. 독일계 타원형 유닛은 텔레풍켄,

도르트문트, 그룬디히 등의 레이블이 찍혀있는 것들이 주종인데 이러한 유닛의 대부분이

도르트문트에서 생산해서 텔레풍켄과 그룬디히에 납품하였던 것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제작한 타원형 풀 레인지는 그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콘지의 성형 기술도

대단히 뛰어나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취침용 스피커로는 가격대비 성능 상 대적할

만한 스피커가 없을 것이다.

한편 풀 레인지의 단점인 저음과 고음을 보강하기 위해서 더블콘, 트리플콘의 형태도 만들었는데,

스피커 가운데 영국계 스피커에 유난히 이런 모델이 많다. 굳맨의 엑시움 201, 트라이 엑시움

시리즈 가운데 몇몇 풀 레인지 스피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굳맨의 엑시움 201은 12인치

유닛이지만 더스트 캡 가장자리에 또 하나의 콘지가 따로 붙어있다. 이는 12인치 대형 콘지가

저음을 내도록 하고, 또 다른 작은 콘지는 고음을 내도록 하게 한 것이다. 즉 콘지의 두께와

크기에 따라서 진동계수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착안, 두 종류의 콘지를 동시에 붙여서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내도록 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지붕 아래 살지만

소리는 따로 놀아라' 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제작된 유닛으로 지금까지도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메이커가 로우더이다.

한편 풀 레인지 스피커는 음압이 비교적 높아서 신호에 대한 반응도 대단히 빠르다.

따라서 소출력 앰프로 살랑살랑 구동하면서 미묘한 음의 변화나 질감, 그리고 사실성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을 대출력 앰프에 걸어서 엄청난 음장감이나 다이나믹, 그리고

웅장함을 기대하고 마구 흔들어 댄다면, 그것은 각선미를 자랑하는 미인대회에 가서 이두박근,

삼두박근, 대흉근, 활배근의 우람한 육체미를 보여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풀 레인지 스피커는 사실 엄청나게 종류가 많다. 따라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서는 많이 알려졌거나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유닛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개중에 아주

유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혹여 빠진 것이 있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풀 레인지 스피커는 단연 웨스턴 일렉트릭의 유닛을 빼고는 이야기가 안된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유닛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보통 755A(8인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외에 756A(10인치), 손잡이가 달린 728B(12인치), 754A(12인치), 754B(12인치) 등이

있지만 755A만큼의 명성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웨스턴 755A는 피아노와 성악에서는 어느

풀 레인지 스피커도 따라오지 못하는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임피던스는 4옴이며 초고음과 초저음은 전혀 나지 않는다. 755A는 지금 음악용으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본래 라디오 방송국이나 레코딩 회사의 모니터용으로 사용되었다.

웨스턴의 755A는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의미있는 스피커이다. 1947년 755A가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스피커의 대부분이 필드형(전원을 넣어서 자력을 발생시키는 스피커)이었기

때문이다.  755A가 나오면서부터 영구 자석을 만드는 착자(着磁) 기술은 일반 스피커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알텍의 풀 레인지 유닛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755E(8인치)라는 모델이고, 젠센 풀

레인지로는 P8P(8인치)라는 모델이다. 이것은 모두 나름대로 아름다운 중역대를 지니고

있고 또 각기의 레이블 이 지닌 독특한 소리의 특성을 그대로 재현하지만 웨스턴의 755A

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것들을 두고 이른바 'Poor man's 755A'

라고 하기도 한다. 알텍의 풀 레인지 유닛은 본래 웨스턴 755A의 사업을 부분적으로

이어받아 알텍 755A(8인치, 4옴, 50년대 제품), 755C(8인치, 8옴, 60년대 제품)등으로 제조,

발매되다가 60년대 말 755E가 개발되었다. 이 가운데 755C와 755E는 자석이 패라이트이다. 

따라서 알텍의 755A는 그 소리가 웨스턴 755A와 거의 흡사하지만 755C와 755E는 웨스턴

755A와는 많이 동떨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모양도 알텍 755A는 거의 완벽하게 웨스턴 755A와

같아서 딱지만 바꿔 붙이면 전혀 구분을 못할 정도이지만, 755C, 755E는 프레임이 얄팍해서

금새 알아본다. 한편 알텍의 풀 레인지 스피커 가운데 알텍에서 독자 개발한 유닛이 있다.

그 이유는 '웨스턴 풀 레인지의 아류'와 다른 '알텍 만의 소리'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유니버시티 사운드(8인치)라는 이름의 풀 레인지 스피커가 그것이다. 이 것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모델인데, 스피커의 구조가 아주 독특하고 주파수 대역도 넓어서,

들어보면 마치 알텍 A7의 소리를 축소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마그넷은

알리코 자석으로 되어 있다.

젠센의 P8P(8인치)라는 모델은 웨스턴 755A와 흡사하다. 주파수 대역이 넓지 않고, 생긴

모양도 웨스턴 755A와 거의 흡사하다. 마그넷도 알리코 자석을 사용하고 있고, 프레임까지도

거의 유사하다. 단지 하나 더스트 캡이 다르다. 젠센 P8P의 더스트 캡은 기존의 헝겊 더스트

캡에다가 밤색 베이크라이트로 덧칠한 형태이다. 때문에 소리가 빽빽거리지 않고 젠센

고유의  울림 소리가 난다. 이 스피커는 에이징이 아주 더딘 것이 문제이다. 소리는 기본이

되어 있는데 새것일 때에는 유난히 답답한 소리를 낸다. 일단 1년 정도 가혹하게 에이징이

되면 발군의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1년 이상을 기다리면서 에이징 시키는 뚝심있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다시 거리로 내 쫒긴 물건이 많아져서

가격도 최근에는 많이 싸졌다. 자신이 뚝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권하고 싶다. 다른 방법으로는 공청용으로

하루종일 틀어놓는 곳에 사용하다가 1년쯤 지나면 세팅하는 것도 좋다.

미국 제품 가운데 마지막으로는 JBL의 LE8T 풀 레인지 스피커를 꼽고 싶다. 이 스피커는

1955년 발매 당시 더블 콘지 형태였고, 1962년 지금과 같은 싱글 콘지로 개량하였다. 1980년

이후부터는 마그넷을 패라이트로 바꾸었다. 콘지가 유난히도 하얀 JBL LE8T는 그 하얀 콘지

색깔만큼이나 청명하고 깔끔한 소리를 내 주는데, 흠이 있다면 음압이 낮아서(89 데시벨)

소출력으로 잘 구동이 않된다는 점이다. 대개 이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은 유닛 한 개만을

사용하지 않고 이른바 '공갈 스피커'라고 하는 별도의 결선이 안된 스피커를 곁에 붙여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저음의 울림이 비교적 풍부해진다고 한다. 주파수 대역은 35-15,000

헤르츠이다.

한편 영국계열의 풀 레인지 스피커로는 굳맨과 로우더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굳맨의

엑시움 80(8인치)은 소리의 꼴 보다 가격의 꼴이 더 나가는 아주 웃기는 스피커이다.

참으로 특이한 것은 이 스피커의 콘지 형태이다. 콘지의 생김은 원추형 깔때기 모양인데

이 때문에 소리의 직진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따라서 이른바 '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아주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데는 아주 좋은 반면, 가정용으로 사용할 경우 듣는 이가

상당히 피곤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파수 대역은 20-20,000 헤르츠이다. 굳맨의

풀 레인지 모델 가운데 이와는 반대의 모델도 있다. 엑사이트 8(8인치)이라는 모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스피커는 마치 생김새가 웨스턴의 755A처럼 콘지가 납짝하게 

자빠져 있는 형태이다. 얇은 종이 콘지에 실크로 된 더스트 캡이 있어서  소리가 비교적

부드럽고 쏘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스펙과 달리 청감상 느끼는 저음도 더 풍부하기 때문에,

가정용으로는 엑시움 80보다 어쩌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세도 엑시움 80보다는 약간 저렴하다. 주파수 대역은 40-15,000 헤르츠이다. 이 외에도

굳맨의 풀 레인지 스피커는 더블 콘지 형태의 엑시움 450(12인치, 플래스틱 서스펜션)과

엑시움 350(12인치), 엑시움 100(10인치) 등이 있다. 

로우더 PM6A(8인치)는 M60 기관총 총알처럼 생긴 더스트 캡이 아주 인상적인 스피커이다.

대단히 얇은 콘지의 성형 기술이 돋보이는 스피커인데, 사용자가 다소 험하게 굴리는 경우와

웨더링(자연 풍화)으로 인해 콘지가 쉽게 깨지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그래서 로우더 본사에

서는 수리용 콘지를 별도로 공급, 판매한다. 또 하나 로우더의 특징은 보이스 코일에 있다.

일관되게 알미늄 보이스코일을 고집해온 것이다. 이것은 예전의 보이스코일 제작 방식을

전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우더는 대개 백 로드 혼 형태로 인클로우져를

제작해서 사용하는데, 이는 로우더 본사의 권장 사항이다. 그 이유는 백 로드 혼 방식이

아니면 로우더의 저음을 들어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음의 결이 곱고 섬세해서 좋은 반면

백 로드 혼 방식의 인클로우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숙명 때문에 저음의 반응이 한 박자 늦는

경향이 있다.

독일계 풀 레인지 스피커는 앞서 유닛의 크기와 모양에서 잠시 언급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일본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풀 레인지 스피커로는 다이아톤 P610(6.5인치)과 더블콘 형태의

포스텍스 FE208시그마(8인치 타입), 그리고 얼핏 보아서는 영국제 로우더를 시커멓게

염색해놓은 것같이 생긴 야마모도(山本音響)사의 FU16(6.5인치) 등이 있다. 그러나 일제

유닛은 아무리 날고 기는 유닛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애호가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그리고

사실 일제 가운데 아무리 잘 만들어진 유닛이라고 해도, 필자 역시 아직 날고 기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우선 다이아톤에 대해서 살펴보자. 다이아톤은 약 40여년 동안

스피커를 제작해온 회사이다. 풀 레인지로 유명한 P610은 엣지가 발포 폴리에칠렌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것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잘 삭아버리는 결함이 있었다.

다이아톤에서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창사 40주년 기념으로 인조 가죽으로 그 부분을

개량하였는데 이를 두고 스페셜 버전이라고도 한다. 외관은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디귿자 요크에 자석이 들어있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이고 프레임도 양철 프레임이다.

(610MA는 16옴이며, 610MB는 8옴이다)

포스텍스 FE208시그마는 더블 콘지 형태의 스피커이다. 프레임도 믿음직해 보이고 외관

역시 비교적 수려한 편이나 콘지 재질의 밀도감이 떨어져서 매끄러운 맛이 없다. 96.5 데시

벨이라는 엄청나게 높은 음압에도 불구하고 허용 입력은 100와트에 달한다. 주파수 대역도

넓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소리가 재현된다. 반면 풀 레인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역대가 휑하니 비어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유닛은 자석이 알리코 자석이 아닌

패라이트 자석이기 때문에 상당히 산만한 느낌도 준다. 다이아톤이나 포스텍스 스피커는

초보자 수준에서 한번 재미삼아 사용해 보는 정도라고 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제 가운데 비교적 괜찮다고 하는 것은 야마모도의 FU16이다. 6.5인치의 작은 유닛이지만

만듬새가 조금 독특하다. 외관은 로우더를 검게 염색해놓은 것을 연상하면 된다. 총알처럼

생긴 더스트 캡도 그렇고 더블 콘지도 그렇고...  하지만 이 유닛은 엣지가 없다. 뒷면에

베이크라이트 재질의 서스펜션이 3점 지지로 구성되어 콘지를 받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이아톤이나 포스텍스의 유닛 가격에 10배정도 하니 가격도 놀랄만하다.

풀 레인지 스피커 가운데 일제와 비슷하게 취급되는 종류가 또 있는데 필립스의 풀 레인지

유닛이 그렇다. 생김새는 정말로 그럴싸하고 소리도 잘날 것 같은 데, 막상 들어보면

소리가 딱딱하고 좀 정이 안가는 대목이 있다. 그래도 필립스 풀 레인지는 일제보다는

한수 위라고 하겠다. 수량도 많지 않아서 잘 찾아보기도 힘들고 어쩌다 한 두 개 보이는

정도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 이것이 수량이나 많아서 온 데를 다 휘집고 돌아다니면 여러

사람 피곤할 뻔했다.

4.

풀 레인지 스피커는 인클로우져에 수납되어 온전한 스피커 형태로 만들어져 유통되기도

하지만, 인클로우져 없이 유닛만 따로 돌아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완성품이 아닌

유닛 상태는 가격도 저렴하다. 따라서 자신이 조금만 공을 들이면 적은 비용으로도 완성도

높은 스피커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풀 레인지 스피커는 인클로우져만 제작해서 넣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해골아플 정도로 복잡한 네트워크가 필요 없고, 튜닝도 인클로우져

내부의 흡음재나 덕트만 조정하면 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인클로우져를 제작할 때는

아주 적절한 내부 용적과 재질을 선택하여야 한다. 풀 레인지는 간단한 만큼 인클로우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풀 레인지 스피커를 갖고 싶다면 인클로우져의

뒤가 휑하니 뚫린 후면 개방형 같은 초보적인 인클로우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싼 재질의

MDF 또는 얇거나 적층이 거친 합판 등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으로는

원목이지만 그것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가능하면 원목 집성목을 권하고 싶다. 합판을

사용할 경우에는 적층이 밀도있게 이루어져 있거나, 쪽을 많이 붙이고 세밀하게 압착된 것을

권하고 싶다. 제대로 만들어진 풀 레인지 스피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사운드 스테이지나

정위감의 재현도 아주 잘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 요즈음은 인클로우져의 설계도면만

전해주면 기성품 못지 않게 정확히 제작하는 곳들이 많아서 인클로우져 만들기가 아주 쉬운

편이다.

필자가 여러 가지 인클로우져 제작을 통해 가장 우수하였다고 판단되는 풀 레인지용 인클로우져

도면을 하단에 같이 게재하였다. 이것은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8인치 풀 레인지 유닛에 가장

알맞는 인클로우져 용적과 재질의 두께를 계산하여 제시한 것이다. 다만 필자가 그 용적과

재질의 두께를 바탕으로 인클로우져 도면을 제작하고 튠업한 것 뿐이다.

이 인클로우져는 뒷면에 직경 10센티미터의 덕트를 내고 길이 10센티미터의 PVC 파이프와

같은 포트를 삽입하였을 때 시원스러운 맛과 저음이 살아나서 가장 좋았다. 내부의 흡음재는

양쪽의 벽에만 붙였을 때 소리가 엉키지 않고 사운드 스테이지의 정렬이 잘된다.

<하단 인클로우져 도면 참조>

5.

초보 매니아라면 스피커는 반드시 풀 레인지로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풀 레인지는

초고음과 초저음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전체의 소리가 한 개의 유닛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음과 중음, 저음의 질적 일체감과 음색의 밸런스가 어느 스피커보다도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질감의 표현이나 사실감도 대단히 우수하기 때문에, 어줍잖게 튜닝된 2웨이 3웨이

스피커처럼 '고음 따로 저음 따로 중음 실종' 등과 같은 해괴한 소리는 결코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생을 풀 레인지로만 음악감상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풀 레인지로 얼마간

듣게 되면 누구든 소리의 질을 분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면 누가 뭐라고 해도

튜닝이 잘 되어서 좋은 소리, 밸런스가 잘 맞는 소리를 내는 2웨이, 3웨이 등의 일반

스피커를 골라낼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초보자가 돈 낭비 안하고 '귀를 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풀 레인지 스피커는 기성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만들어 쓰는

사례가 많아서 또 애정이 깃 들기도 한다. 요즘 애호가들 가운데 일부는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이른바 '양은 냄비' 습성을 들인 분들도 있다. 며칠이 멀다하고 스피커를 바꾸고 앰프를 바꾸고

한다. 물론 자기 돈 써가면서 날마다 바꿔대는데, 필자가 뭐 별로 보태준 것도 없고 또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거나 할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아무튼 안타깝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개중에는 몇몇 분들의 이른바 바꿈질 원인이 자신의 명확한 음의 개념이나 기준을

설정할 기회가 없었던 데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이거 아닌가 하고 바꾸고

또 저거 아닌가 하고 바꾸고 하다 보니 남는 것은 크레디트 카드 긁은 영수증만 가득이다.

그 영수증의 두께만큼이나 쌓인 한숨을 필자도 과거에 수없이 경험해 본 바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런 분들은 도 닦는다는 셈치고, 아니면 필자한테 한번 속는다는

셈치고  풀 레인지 스피커를 소출력 앰프에 연결해서 일청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굳이 지금

당장 사서 들어보시라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귀동냥하면서 들어보고, 판단이 서면 그때

풀 레인지 스피커 유닛을 사서 만들어 보시라는 말이다. 

<이 글은 오디오와 레코드사에서 실시한 풀레인지 스피커 시청회

에 참여한 필자가 시청기를 정리한 글이다>

* 알텍 755E 스피커

알텍 755E는 알텍 755A로부터 755C를 거쳐서 나온 후속 모델로 1970년대

첫 선을 보였다.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팬 케이크' 유닛이라고

불렀을 만큼, 755E 유닛은 대단히 납작하게 생겼다. 더욱이 프레임의 색깔도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이라서 덜 익은 팬케이크를 꺼내 놓은 것 같다. 755A와는

엣지도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A는 Fixed 타입(통엣지)인데 반해 E는

Free 타입(2중 접착형)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유닛의 허용입력을 20W로 높이고

주파수 특성도 40-15,000Hz로 보강한데서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자석도 패라이트를

사용하여 자속 밀도는 9,000 가우스에 달한다.

풀 레인지 유닛의 음색으로는 사실 과거 755A만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파수

대역을 위 아래로 넓히고 허용입력도 늘려놓았으니, 양적인 면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그만 못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용도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아름답고 따뜻한 음색은 아닐지라도 공격적이고 개방적이며

시원시원한 소리가 뛰어나서 이를 장점으로 살릴 때 아주 우수한 쓰임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유닛은 소출력 진공관으로 아기자기하게 음악을 듣는데 사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적정 출력을 갖춘 TR 앰프 또는 푸쉬풀 진공관 앰프와 매칭하여, 조그만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 사용하면 직진성도 강해서 제 성능을 십분 발휘할 것 같다. 특히 이 유닛은

팝송이나 가요와 같은 장르의 음악에는 아주 똘망똘망한 음색을 내기 때문에, 주위가

산만한 곳에서도 듣는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데는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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